부실시공 대책이 후분양제? 이상과 현실은 다릅니다[이은형의 부동산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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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얼마 전 광주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외벽 붕괴사고 이후 일각에서 부실시공을 방지하는 해법으로 '후분양제'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후분양제로 건축물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이상과 현실 만큼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델하우스를 참고로 아파트를 구매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후분양제에서는 건설공사가 일정수준에 이른 시점부터 분양자를 모집합니다. 그렇기에 후분양제에서는 소비자가 어느 정도 지어진 실물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분양가와 분양권 가격, 입주시점 시세 사이의 가격차이를 줄이는 효과도 냅니다.후분양제의 분양시점을 전체 공정의 60~80% 수준으로 잡는다면 골조공사 등은 완료된 상태입니다만,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현장에 일반인의 접근은 안전 문제상 불가능합니다. 확인하더라도 펜스 너머로 일부분을 볼 뿐이죠. 혹여 공사현장에 직접 들어가 눈으로 본다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이미 세워진 주요 구조부 하자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마감공사는 마지막에 이뤄진다는 것도 한계점입니다. 2015년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LH공사가 공급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는 그 빈도가 창호와 가구, 도배와 잡공사의 순으로 많았습니다. 80%의 공정 수준에서는 정상시공 여부 파악이 불가능한 부분입니다.입주해서 살아봐야만 확인되는 하자도 적지 않습니다. 발코니 확장시 외벽단열공사의 하자로 발생하는 결로가 쉬운 예시입니다.때문에 후분양제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논리는 ‘건축물의 품질확보’라는 최종 목표를 획득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충분한 공사비를 투입하고 적정 공기 등 최적의 시공과정을 통해 지은 아파트’에 후분양제를 적용해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접근이지만, 이것은 막상 후분양제와 연관성이 크지 않습니다.
관건은 '재개발조합이 경쟁입찰에서 더 높은 공사비를 책정한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편법이나 요령 없이 원리원칙대로 공사를 수행하면 지금보다 비용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를 감수하면서 아파트를 짓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는데, 후분양제보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변화가 핵심입니다.
후분양제도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부실공사에 대한 막연한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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