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때 북미 비핵화 협상 실패는 섣부른 정상회담 수용 탓"

트럼프 시절 국방장관 대북특보 "회담 동의해 과거패턴 돌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북미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 것은 미국이 섣불리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했기 때문이라는 내부 관계자의 평가가 나왔다. 미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연구소'의 앤서니 홈스 비상근 선임 연구원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국가안보를 주제로 한 웹사이트인 '1945'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홈스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7~2021년 미 국방장관의 대북 특별보좌관을 지냈고, 2018년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에 관여하기도 했다.

트럼프 취임 첫해인 2017년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하는 등 핵 개발에 열중하고 미국이 '화염과 분노'로 대표되는 강력한 압박에 나서면서 북미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 대해 크게 생각하고 과거에 묶여 있지 말라고 지시했고, 홈스가 속한 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위해 수십 개의 초안을 만들어냈다.

대통령 참모들은 일련의 회의 끝에 이를 3개로 압축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대 압박'으로 알려진 정책을 선택했다.

한마디로 핵무기가 북한을 덜 안전하게 만들고 입지를 약화할 뿐만 아니라 충돌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북한이 이해하도록 제재, 수사 등 모든 요소를 사용한다는 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북한과 외교, 경제적 관계를 맺은 10여 곳 이상의 국가가 북한 주재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일로 이어졌고, 역대 가장 엄격한 제재 집행이 이뤄져 북한도 압력을 느꼈다는 게 홈스의 평가다.
2018년 들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갑자기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을 두게 됐고, 한국 정부에서 백악관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고 홈스는 적었다.

2018년 3월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와 회담 의사를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회담을 수락한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홈스는 당시 자신을 포함해 미국 측 많은 이들은 정상회담을 수락하면 비핵화 협상이 과거의 패턴으로 돌아가고 북한이 미국을 통제하는 협상이 될 것이라고 백악관에 강력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호전적 언사를 계속 내뱉으며 이 수위를 낮추는 대가로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고, 대화에 합의하는 것만으로도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또 북한이 대화 없이 떠나겠다고 위협하면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고, 협상이 길어지면 좋은 결과보다는 합의 도달이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게 홈스의 생각이었다.

그는 당시 미국의 우방과 경쟁자들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결단이 시들해지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 경우 이들 국가가 북한과 관계를 재개할 허가로 여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홈스는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원하는 것 이상으로 북한이 제재 완화를 필요로 할 때까지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져선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홈스는 "대통령은 대화에 동의했고 북한은 과거 패턴으로 돌아갔다"며 "2년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