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서 2년 이상 이어진 가뭄에 수십만 명 굶주림으로 고통

"올해 북부 마사빗에서만 20만 명 기아에 빠질 것"

케냐 북단 마사빗 카운티의 갈라스 마을에 사는 바라코 엘레마 아부도(69)는 지난 3일 결국 주린 배를 안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다. 앞서 몇 주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한 그는 적은 양의 물과 이웃들이 가끔 나눠주던 차나 우유 한 모금으로 연명했다고 현지 일간 데일리 네이션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쪽으로 약 800km 떨어진 이곳 주민들은 노인을 살리고자 노력했지만, 자신들의 가족을 부양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식량 사정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북쪽으로 약 150km 더 떨어진 일레렛 마을에서는 아이구스 니에메토가 8명의 자녀를 4일째 아무것도 먹이지 못한 채 재울 준비를 하고 있다. 주린 배를 안고 또 다른 밤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나이는 1~16살 사이로, 허약한 체구에서는 이미 영양실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차가운 재를 담고 있는 부엌의 난로와 곳곳에 흩어진 빈 냄비들은 지난 며칠간 음식을 조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북서부 호르 구다 지역에서는 90세의 두바 칸초로가 물과 차로 연명하고 있지만, 식량이 없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그는 구호 식량이나 죽음 중 먼저 오는 쪽을 기다리며 힘든 하루를 보낸다.

이처럼 케냐 일부 지역에서는 2년 이상 비가 내리지 않아 수십만 명이 기아에 직면했다.

물을 얻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주민들은 이제 식수를 얻는 일마저 포기하고 있다. 수천 명의 아이가 먹을 것이 없어 학교를 그만두었으며 수십만 두의 가축이 떼죽음을 맞이했다.

북부 마사빗에서만 최소 16만 가구가 기아에 신음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주 안에 이 숫자는 20만 가구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케냐 정부는 지난해 9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가뭄을 국가재난으로 선포하고 20억 실링(한화 210억 원)의 긴급 구호자금을 편성했지만 아직 개입하지 않고 있다.

헨리 무스타파 마사빗 국립가뭄관리청(NDMA) 조정관은 "2022년에는 기아에 직면한 사람이 20만 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긴급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8월 대선과 총선이 예정된 케냐에서는 지도자들이 굶주림에 고통받는 외딴 주민들에게 관심을 두기보다는 선거운동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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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