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운 고조에 국내 기업 '긴장'…사업영향-제재수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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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영향권…수출에도 타격 우려
원유·LNG·나프타 등 원자잿값 급등…수익성 악화 전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한다면 한국도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제재 등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압박에 동참하라는 요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 발발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대러시아 수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 가전·스마트폰 등 '영향권'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전쟁 발발 가능성과 발발 시 미국의 제재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고 있다.
현지 생산에 따른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에서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TV와 가전은 러시아 시장 비중이 유럽이나 미국 정도로 크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전쟁 발발 때는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주로 러시아 내부에서 소비된다"면서 "전쟁으로 내수시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30%대로 1위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이뤄진다면 러시아에 대한 스마트폰 수출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을 보면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때처럼 미국의 기술과 디자인을 사용해 제조한 반도체를 러시아로 수출하는 것을 막는 방식의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제품뿐만 아니라 미국산 반도체,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한국 제품의 수출도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은 7천400만달러(885억원)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0.6%에 불과하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수출하는 반도체 절대 금액 자체는 미미하다"면서 "그러나 제재의 범위가 어디까지냐에 따라 영향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스마트폰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여기에는 미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면서 "인터넷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 역시 미국의 기술을 쓰지 않는 반도체는 없기 때문에 제재 범위에 따라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다 제재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원자잿값 고공행진…기업들 수익성 악화 우려
코트라 등에 따르면 한국의 대러시아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품목은 자동차로, 지난해 연간 24억9천6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자동차 부품은 14억5천400만달러를 수출해 2위를 기록했다.
전쟁과 제재로 인한 자동차 수출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내수 시장 위축 등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 급등 가능성을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에서 원유, 나프타, 유연탄, 천연가스 등을 주로 수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운 고조 등의 영향으로 최근 배럴당 86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나프타는 이달 21일 기준 t(톤)당 777.5달러로 연초 대비 4.56% 상승했다.
액화천연가스(LNG)도 상승세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이번 달 LNG 연료 단가는 t당 108만8천24.12원으로, 작년 1월(45만2천553.76원)보다 약 140.4% 급등했다.
미국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망(SWIFT)에서 배제하는 초강수를 둘 경우 달러를 이용한 수출입거래가 전면 차단돼 한국과 러시아 간의 무역도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역협회 김꽃별 수석연구원은 "천연가스는 통상 장기계약을 하므로 당장 수급난을 겪지는 않겠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러시아가 원자재 수출을 제한할 수 있고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원유·LNG·나프타 등 원자잿값 급등…수익성 악화 전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한다면 한국도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제재 등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압박에 동참하라는 요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 발발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대러시아 수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 가전·스마트폰 등 '영향권'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전쟁 발발 가능성과 발발 시 미국의 제재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고 있다.
현지 생산에 따른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에서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TV와 가전은 러시아 시장 비중이 유럽이나 미국 정도로 크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전쟁 발발 때는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주로 러시아 내부에서 소비된다"면서 "전쟁으로 내수시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30%대로 1위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이뤄진다면 러시아에 대한 스마트폰 수출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을 보면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때처럼 미국의 기술과 디자인을 사용해 제조한 반도체를 러시아로 수출하는 것을 막는 방식의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제품뿐만 아니라 미국산 반도체,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한국 제품의 수출도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은 7천400만달러(885억원)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0.6%에 불과하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수출하는 반도체 절대 금액 자체는 미미하다"면서 "그러나 제재의 범위가 어디까지냐에 따라 영향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스마트폰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여기에는 미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면서 "인터넷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 역시 미국의 기술을 쓰지 않는 반도체는 없기 때문에 제재 범위에 따라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다 제재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원자잿값 고공행진…기업들 수익성 악화 우려
코트라 등에 따르면 한국의 대러시아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품목은 자동차로, 지난해 연간 24억9천6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자동차 부품은 14억5천400만달러를 수출해 2위를 기록했다.
전쟁과 제재로 인한 자동차 수출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내수 시장 위축 등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 급등 가능성을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에서 원유, 나프타, 유연탄, 천연가스 등을 주로 수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운 고조 등의 영향으로 최근 배럴당 86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나프타는 이달 21일 기준 t(톤)당 777.5달러로 연초 대비 4.56% 상승했다.
액화천연가스(LNG)도 상승세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이번 달 LNG 연료 단가는 t당 108만8천24.12원으로, 작년 1월(45만2천553.76원)보다 약 140.4% 급등했다.
미국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망(SWIFT)에서 배제하는 초강수를 둘 경우 달러를 이용한 수출입거래가 전면 차단돼 한국과 러시아 간의 무역도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역협회 김꽃별 수석연구원은 "천연가스는 통상 장기계약을 하므로 당장 수급난을 겪지는 않겠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러시아가 원자재 수출을 제한할 수 있고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