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충전에 1000㎞ 달린다…세상을 홀린 전기車·車·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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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2 총정리‘라스베이거스 모터쇼’는 올해도 미래에서 온 것 같은 차량으로 가득찼다. 지난 5~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얘기다. CES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지만, 몇 년 전부터 자동차업체가 대거 참여하면서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GM, 벤츠는 물론 소니도 전기차
올 CES의 주인공 중 하나는 전기자동차였다. 제너럴모터스(GM)는 얼티엄 플랫폼으로 설계해 전기차로 재탄생시킨 픽업트럭 ‘실버라도 EV’를 공개했다. 이 차는 2023년 출시된다. 한 번 충전하면 644㎞(미국 기준)를 달릴 수 있다.메르세데스벤츠는 한 번 충전으로 1000㎞를 달릴 수 있는 차세대 콘셉트 전기자동차 ‘비전 EQXX’를 최초로 선보였다. 기존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500㎞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단순히 배터리 크기를 키우는 방식으로 주행거리를 늘린 게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전 EQXX의 배터리 용량은 약 100㎾h로, 시판 중인 S클래스급 대형 전기 세단 EQS의 배터리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비전 EQXX의 주행거리는 EQS의 두 배 이상인데, 이는 전기 구동 시스템 효율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비전 EQXX의 에너지 효율은 ㎾h당 약 9.6㎞로, 기존 전기차 전비(내연기관 기준 연비)의 두 배 이상이다.일본 전자업체 소니도 라스베이거스 모터쇼에 합류했다. 소니는 전기차 자회사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한다고 밝히고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 ‘비전-S 02’를 공개하기도 했다. 소니는 “5세대(5G) 이동통신을 도입해 차량 시스템과 클라우드의 연결 속도가 기존보다 수십 배 빨라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카멜레온 차도 등장
신개념 차량 공개 및 기존 벽을 뛰어넘는 발표도 이어졌다. BMW가 전시한 콘셉트카 ‘iX 플로’가 대표적이다. 버튼을 누르면 차량이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또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바뀌는 ‘카멜레온 카’를 표방했다. 차량 색상이 바뀌는 데 약 5초가 걸린다. 차량 외관 색깔이 전면부터 후면으로 서서히 바뀌기도 하고 앞문, 뒷문, 앞 차체, 뒤 차체 등 부품의 색상이 각각 변경되기도 한다.BMW는 iX 플로의 색상을 자유자재로 바꾸기 위해 전자잉크 기술을 활용했다. iX 플로 윤곽에 맞춰 재단한 래핑(포장)에 특수 색소를 지닌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 캡슐을 탑재했다. 색상 변경 버튼을 누르면 전기장에 자극이 일어나면서 음전하를 띤 흰색 색소와 양전하를 띤 검은색 색소가 각각 차체에 모여 색깔이 바뀐다. 색상을 바꾸고 유지하는 데 전기를 쓰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스텔란티스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 손잡고 커넥티드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스텔란티스는 아마존의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소프트웨어 플랫폼 ‘STLA 스마트콕핏’을 개발하고, 아마존은 내년부터 스텔란티스의 상용 전기차 램 프로마스터를 배송 시스템에 배치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부스에 차량을 한 대도 전시하지 않았다. 로봇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현대차가 제시한 개념은 사물이동성(MoT: mobility of things). 기존에 고정돼 있던 각종 사물을 움직이게 만들어 활용도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다.
어떤 사물에라도 부착하기만 하면 움직이게 하는 ‘플러그앤드드라이브(PnD) 모듈’이 대표적이다. 이 모듈 안에는 인휠모터(바퀴 내부에 장착된 모터)와 스티어링(전환장치),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환경 인지 센서 등이 장착됐다. 작은 테이블, 커다란 컨테이너 등 어디에 붙여도 그 사물을 움직이게 한다.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 360도로 회전할 수도 있고,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것처럼 자유로운 움직임도 가능하다. 현대차는 PnD를 장착한 1인용 모빌리티와 수납 공간이 많은 서비스용 모빌리티 등을 전시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