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아 '짝퉁' 논란…아무도 모르게 '칩' 심어놓은 명품업계 [한경 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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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간 짝퉁 가방 적발액 4679억최근 명품 브랜드의 가품, 이른바 ‘짝퉁’ 논란이 뜨겁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출연해 화제가 된 유튜버 프리지아가 방송과 광고 게시물들에서 명품 브랜드의 가품들을 착용하고 나온 것이 발단이 됐지요. 진품과 가품의 생김새를 분석해 구분하는 법이 유행처럼 SNS에서 번지고 있지만, 명품 및 패션 브랜드들은 최근 진품을 걸러내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IT 기술입니다.
루이비통·몽클레어 등 '내장 칩' 심어
NFT 적용한 '디지털 보증서'로 인증
짝퉁은 새로운 이슈는 아닙니다. 가족경영으로 시작했던 명품 브랜드들이 이름을 날릴 초기부터 가품들은 존재해왔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의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 말~1990년대인데, 당시 뉴욕의 구찌 매장 뒤편 시장 골목에서 구찌 짝퉁들을 20~30달러에 파는 장면이 나옵니다. 너무 비싸거나 다 팔려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갖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노린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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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까지만 해도 가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데 개의치 않던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습니다. 패션업계에서는 “에르메스 백 진품과 짝퉁을 하나씩 사서 비가 오거나 편한 자리에는 짝퉁을 착용하고, 자신을 빛내는 자리에서 진품을 착용한다”라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떠돌 정도입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명품 선호 현상이 대중화되고 나서야, 가품이 '나의 일'이 된 소비자들에게 심각성이 새삼 와닿는 듯합니다.
패션이 IT를 입으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명품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지난해 초부터 생산되는 제품에 근접무선통신(NFC) 칩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 제품들의 물류 경로 등을 확인할 때 사용하는 용도입니다. 소비자가 다른 매장에서 구매했다며 루이비통 제품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할 때, 칩을 통해 물류 경로를 확인하면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본사가 내장칩의 유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NFC 관련 앱을 설치해 상품에 대어보면 인식이 된다는 소비자들의 후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소비자들이 매장이 아닌 해외직구 등을 통해 구매한 제품을 들고 찾아가도 진품 여부를 감정해주지는 않습니다. “정식 매장과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면 진품”이라는 것이 브랜드 입장입니다.
대체불가능토큰(NFT)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NFT는 디지털 작품에 고유 번호를 부여하는 기술입니다. 무한 복제가 가능했던 디지털 작품도 원본과 복제본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패션에선 상품을 판매하며 구매자에게 NF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보증서를 부여해 진품을 증명해줄 수 있습니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도 지난해 8월부터 명품 구매자들에게 디지털 보증서 ‘SSG 개런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역시 NFT를 적용해 보안을 강화했습니다. 지난 22일까지 5개월 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명품 구매 고객 4명 중 1명이 SSG 개런티 상품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SSG개런티 적용 상품을 판매하는 협력업체 매출은 110% 이상 증가했습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