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에 데이터센터 지어 '열'식힌다

부강테크, 글로벌 엔지니어링社와 업무협약…新사업 도전
하수처리장에 데이터센터 지어 '부지+에너지 문제'해결
4차산업혁명 데이터센터 급증…하수처리장 노후화 심각
부강테크가 독자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1차 침전지 부지를 최대 85% 이상 절감하고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다. 부강테크 제공
국내 중소기업이 하수처리장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업을 추진한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써서 냉각시키는 대신 하수처리장을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문제와 데이터센터 부지 부족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친환경 수처리 전문업체 부강테크(대표 최문진)는 미국 자회사 '투모로우 워터'와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아카디스'가 '하수처리장에 데이터센터를 함께 짓는 코 플로(Co-Flow)'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부강테크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하수처리에 활용하고 하수를 데이터센터의 냉각수로 활용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이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하수처리장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고 장기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전 세계 하수처리장의 90%는 넓은 부지 면적을 필요로 하는 전통적인 1차 침전지를 보유하고 있다. 부강테크가 독자 개발한 부지집약 기술을 활용하면 1차 침전지 부지를 최대 85%이상 절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건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부강테크역시 2018년 준공된 서울 중랑물재생센터 1처리장에 완전지하화를 위한 핵심 기술도 제공한 바 있다.

부강테크 측은 하수처리장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면 4차산업 혁명 가속화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지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데이터센터 개발기업과 노후화된 하수처리장의 개선을 고민하고 있는 지방 정부가 서로 상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은 최적의 입지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지방 정부와 주민은 토지 장기임대 수익 등을 통해 수입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강테크 관계자는 "건설 당시 도시 외곽에 위치했던 하수처리장들은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도시의 중심 권역으로 편입되고 있다"며 "전력수급, 환경규제, 고용, 보안, 통신속도, 마케팅 용이성 등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입지 조건을 고려할 때 하수처리장과 데이터센터의 결합은 최적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아카디스는 데이터센터와 하수처리장의 설계·컨설팅을 하고 있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우푹 어달 아카디스 수석 부사장은 “데이터센터와 하수처리장을 함께 지으면, 폐수 방류를 줄이고 식수난 해소에도 기여하는 등 물 부족지역에 사회적·환경적·경제적 이득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앤터니 두소비치 투모로우 워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협력적 혁신을 통해 우리는 자원 선순환 시스템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89년 설립된 부강테크는 연매출 200억원 규모의 강소기업으로 매출 대비 평균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업계 최고 수준인 16%다. 국내외 특허만 170건으로 하·폐수업계 중소기업 중 가장 많은 환경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GS건설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보고 이 회사에 투자해 29%의 2대 주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동우 부강테크 창업주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국제비정부기구인 UN SDGs 협회로부터 3년 연속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 100 리스트’에 선정됐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