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공기단축에 노동자 희생…건설사는 이윤만 추구"

"민간 공사에도 적정 공사기간 필요"…건설현장 증언대회에서 비판 쏟아져
"하루라도 공사를 더 일찍 끝내야 한 푼이라도 더 번다는 회사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공사 기간이 무리하게 짧아질수록 부실시공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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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건설노동조합은 2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증언대회를 열고 아파트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고발하고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이 부실시공을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형틀 노동자 윤승재 씨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게 되면 콘크리트 강도 저하 등 품질 관리 문제가 생긴다"며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가 균열이 가도 망치로 긁어내거나 콘크리트 물을 부어버리는 것이 건설사 이득을 위해 관행적으로 묵인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타설 노동자 복기수 씨는 "회사가 최대한 이윤만 남기려고 하고 감리가 관리·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는 건설 현장을 생각하면 광주 붕괴사고는 놀랍지 않다"며 "인명사고가 나지 않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얼마 전에도 공사 중 건물이 무너진 적이 있는 등 이런 일은 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해체정리 노동자 이승환 씨는 "하도급이 금지됐는데도 여전히 건설 현장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단가 절감을 위해 하도급이 이뤄지고 있다"며 "관련 기관에서 법적 조치를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부에서 점검을 나와도 점검 뒤에는 노동자 안전을 무시하고 그저 빠르게만 건물을 짓는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원청에서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최저가 낙찰로 결정하는 방식 자체가 이런 문제를 야기한다"며 "저렴한 공사 비용으로 이익을 창출해야 해서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안전과 품질을 무시한 채 공사가 이뤄지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건설노조는 이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2020년 건설 현장 알루미늄 폼 노동자들을 상대로 설문과 면접, 생체지표 측정을 통해 노동강도를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건설노조는 "알루미늄 폼 노동자들은 20분 동안 알루미늄 폼 50여 장을 1m 이상 높이의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들어 올리는 작업을 반복한다"며 "이는 30㎏짜리 쌀가마니를 20분간 33번 들어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5년이 지나면 노동자들은 체력이 바닥나 더는 일 하기 어렵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박수를 보면 알루미늄 폼 노동자 10명 중 7명이 노동시간에 비해 과도한 노동을 하고 있다"며 "현재보다 노동강도가 33%는 감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적정 공사기간을 정해 둔 건설기술진흥법을 민간 공사에도 적용하도록 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