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 선임하면 정말 대표이사 책임 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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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안전담당이사(CSO)를 선임할 경우 대표이사(CEO)가 중대재해법 상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세미나와 컨설팅을 진행하는 주요 법무법인에 최근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이라고 한다. 동시에 가장 논란이 되는 질문으로도 꼽힌다.기업 입장에서는 대표이사의 부재로 겪는 리스크를 가장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대놓고 기업 대표이사의 처벌을 모토로 내건 유례 없는 법에, 기업들은 CEO가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온갖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런 방안을 강구하는 배경에는 중대재해법 법문이 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안전보건확보의무는 '경영책임자'가 진다. 법에서는 경영책임자에 대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는 당연히 대표이사겠지만, 후자인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자에는 대표이사가 아닌 사람을 임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자리에 CSO를 임명하면 CSO가 경영책임자가 돼 CEO가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그럴듯한 논리가 나온다.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할진 몰라도 실제로는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김용문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가 500인 이상인 주식회사에선 대표이사가 매년 안전보건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해 승인 받아야 한다"며 "결국 최종 결재권자는 CEO이므로 CSO에게 책임을 미루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고용부도 25일 발간한 '대표이사의 안전·보건계획 수립 가이드북'에서 해당 조항을 가이드북 표지에 못박았다. "꼼수 부릴 생각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경고라는 평가다. 최근 발간한 FAQ에서는 면책이 가능한 것처럼 기술을 해 많은 안전 담당자들을 '설레게' 했지만 기업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김 변호사는 "CSO가 최종책임자로 처벌 받게 되려면 안전 관련 예산·인사권 등 최종 의사결정권을 CEO로부터 건네 받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라 일반 기업에선 어렵다"고 지적했다. 되레 CSO를 잘못 선임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CEO를 배제하기 위해 온갖 산업안전 관리 주체에서 CEO를 제외하고 CSO 중심으로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다고 하자. 하지만 법 취지나 국민 정서를 고려했을때, 서슬 퍼런 고용부가 CSO가 있다는 이유로 CEO를 수사 선상에서 배제할 가능성은 '0(제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히려 법원 입장에서는 "대표이사가 CSO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안전보건 조치 확보 의무를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해태했다는 '중대재해법 위반의 명확한 증거'로 볼 수도 있다.
한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는 "CSO를 바람막이로 둬서 CEO를 보호하고 싶은 것은 모든 기업의 희망사항이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큰 전략"이라며 "차라리 CEO가 최종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CSO를 안전분야 전문가이자 CEO의 조력자로 두고 적절한 역할을 하도록 지휘·감독했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CEO는 처벌을 면하거나 형량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세미나와 컨설팅을 진행하는 주요 법무법인에 최근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이라고 한다. 동시에 가장 논란이 되는 질문으로도 꼽힌다.기업 입장에서는 대표이사의 부재로 겪는 리스크를 가장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대놓고 기업 대표이사의 처벌을 모토로 내건 유례 없는 법에, 기업들은 CEO가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온갖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런 방안을 강구하는 배경에는 중대재해법 법문이 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안전보건확보의무는 '경영책임자'가 진다. 법에서는 경영책임자에 대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는 당연히 대표이사겠지만, 후자인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자에는 대표이사가 아닌 사람을 임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자리에 CSO를 임명하면 CSO가 경영책임자가 돼 CEO가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그럴듯한 논리가 나온다.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할진 몰라도 실제로는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김용문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가 500인 이상인 주식회사에선 대표이사가 매년 안전보건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해 승인 받아야 한다"며 "결국 최종 결재권자는 CEO이므로 CSO에게 책임을 미루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고용부도 25일 발간한 '대표이사의 안전·보건계획 수립 가이드북'에서 해당 조항을 가이드북 표지에 못박았다. "꼼수 부릴 생각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경고라는 평가다. 최근 발간한 FAQ에서는 면책이 가능한 것처럼 기술을 해 많은 안전 담당자들을 '설레게' 했지만 기업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김 변호사는 "CSO가 최종책임자로 처벌 받게 되려면 안전 관련 예산·인사권 등 최종 의사결정권을 CEO로부터 건네 받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라 일반 기업에선 어렵다"고 지적했다. 되레 CSO를 잘못 선임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CEO를 배제하기 위해 온갖 산업안전 관리 주체에서 CEO를 제외하고 CSO 중심으로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다고 하자. 하지만 법 취지나 국민 정서를 고려했을때, 서슬 퍼런 고용부가 CSO가 있다는 이유로 CEO를 수사 선상에서 배제할 가능성은 '0(제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히려 법원 입장에서는 "대표이사가 CSO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안전보건 조치 확보 의무를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해태했다는 '중대재해법 위반의 명확한 증거'로 볼 수도 있다.
한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는 "CSO를 바람막이로 둬서 CEO를 보호하고 싶은 것은 모든 기업의 희망사항이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큰 전략"이라며 "차라리 CEO가 최종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CSO를 안전분야 전문가이자 CEO의 조력자로 두고 적절한 역할을 하도록 지휘·감독했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CEO는 처벌을 면하거나 형량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