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벽 뚫어준 기회의 문…좋은 작품으로 보답할게요"

'2022 한경 신춘문예' 시상식

장편소설 최설, 시 박규현
스토리 정소정·진용석·황태양 씨 수상
‘2022 한경 신춘문예’ 시상식이 25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렸다. 박규현(시·앞줄 왼쪽부터), 최설(장편소설), 정소정·진용석·황태양(스토리) 당선자를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뒷줄 오른쪽 세 번째)등이 축하해주고 있다. /김범준 기자
“지난 15년 동안 다른 습작생은 다 통과시켜도 최설 너 하나만은 통과시키지 못하겠다던 거대한 벽에 한경신춘문예가 문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한경이 세상 밖으로 보낸 작가들은 더 좋아진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잘 쓰겠습니다.”(최설·45·장편소설 부문 당선자)

‘2022 한경 신춘문예’ 시상식이 25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렸다. 장편소설 ‘방학’으로 당선된 최설 작가와 시 ‘이것은 이해가 아니다’의 박규현 시인(26), 스토리 부문에서 각각 ‘미쓰 불가마’와 ‘고정관념 타파클럽’ ‘닮는 여자’로 1~3등을 차지한 정소정(40) 진용석(41) 황태양(31) 작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시상식에는 심사를 맡은 김인숙 소설가(심사위원장)와 손택수·김이듬 시인, 오기환 영화감독,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과 고두현 시인(한경 논설위원), 한경신춘문예 출신 문인과 당선자 가족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최 작가는 “15년 동안 이 길을 걸어오면서 저를 아껴준 사람들에게 ‘밥 많이 먹어라’ ‘운동해라’ 등 여러 잔소리를 들었지만, 그래도 듣지 않은 잔소리가 있다면 ‘열심히 쓰라’는 말이었다”며 “그렇게 쓰다간 죽는다는 말을 들었던 15년이 헛되지 않게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규현 시인은 “당선작이 멀리 떠나보낸 친구를 생각하며 쓴 시라 이번 한경신춘문예 당선은 여러모로 제게 뜻깊다”며 “친구를 그리워하며 힘들게 시를 썼던 시간이 이렇게 기쁜 시간으로 돌아온 것을 항상 마음에 간직하며 힘차게 시를 써나가겠다”고 말했다.스토리 부문의 정소정 작가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0년 전 극작가로 먼저 등단한 그는 “전업작가가 되고 나서 처음엔 24시간 365일 글을 쓴다는 게 너무 행복했지만 곧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선배 작가들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인지 알게 됐다”며 “그런 가운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기쁘고, 다시 용기를 내 열심히 쓰겠다”고 다짐했다.

스토리 부문 2등으로 뽑힌 진용석 작가는 “작가는 결국 자신을 믿고 글을 써야 하는 데, 떠오른 아이디어를 큰 덩어리째 이야기로 끝까지 쓸 수 있을지 불신이 한동안 강했다”며 “다시 저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믿음의 다리’를 놓아준 한경과 심사위원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스토리 부문 3등 황태양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이 늘 실망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경신춘문예 덕분에 좋은 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글을 쓴다고 무턱대고 말했을 때 ‘네가 글을 쓸 줄 알았다’고 격려해주고, 지금은 하늘에서 저를 사랑해주시는 엄마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인숙 소설가는 “등단 작가가 된다는 것은 조금 아프게 말하면 이제 혼자 세상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이라며 “하지만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찬찬히 세상을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게 작가”라고 응원했다.

김정호 사장은 “최지운 소설가, 이소연 시인 등 한경 신춘문예로 등단한 선배 작가들이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벌써부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힘들고 고통스러운 예비작가 과정을 거쳐 이제 명실상부한 문단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출발점에 선 수상자들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하고 응원하겠다”고 격려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