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의 논점과 관점] '경제 대통령' 관심 떨어진 건가

장규호 논설위원
어느 나라 선거든 ‘경제 이슈’만큼 유권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분야도 없다. ‘경제를 잘 이끌 후보’란 평가는 다시 말해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일 수 있다. 미국에서도 ‘1932년 이후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경기후퇴(recession)를 겪지 않은 이상, 재선(再選)에 실패한 적은 없다’는 경험칙이 있다. 여기서 일탈한 거의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다. 경제 이슈와 별개로 트럼프식 국제적 고립주의, 독단적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과 반대가 워낙 거셌다는 설명 외엔 달리 이유를 대기 어렵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 향방도 인플레이션에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처럼 경제 이슈의 중요성은 변함없다.

경제 리더십 더 중요해졌는데

42일 앞으로 다가온 한국 대선도 코로나 위기와 공급망 붕괴, 이념에 치중한 반(反)기업 정책의 폐해를 실감하면서 역시 경제 회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차기 국정과제를 묻는 연초 설문조사(한국갤럽)에서도 경제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 코로나 대처(15%), 일자리 확대(9%) 순으로 답이 많았다. 디지털 전환시대 초경쟁이 펼쳐지는 글로벌 환경에서 ‘과학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눈앞의 청년실업, 가계부채, 집값 불안을 생각하면 ‘경제 대통령’에 먼저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이런 점에서 지난 23일 공개된 한국경제신문-입소스 대선 지지도 조사를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제를 잘 이끌 후보’ 부문에서 42.8%를 얻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28.4%)를 가볍게 따돌렸다. 그런데 선뜻 이해되지 않는 미스매치가 하나 있다. 경제 리더십 선호도 1위인 이 후보가 전체 지지율에선 윤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한경 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내에서 윤 후보(39.4%)가 이 후보(36.8%)를 오히려 앞섰다. 경제 리더십이 앞서는 후보가 항상 지지율 1위일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의 잣대로 보면 다소 의외다. ‘경제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일까. 이유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설득력 있는 비전 제시 관건

올 들어 이 후보는 다양한 경제 공약을 전략적으로 쏟아내며 유권자들에게 경제를 많이 언급한 후보로 인식됐다. 상대 윤 후보가 이 분야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데 따른 반사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세계 5대강국’ ‘국민소득 5만달러’ ‘일자리 300만 개’ 등 만만찮은 목표를 국가와 공공이 주도하는 식으로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설명해내진 못했다.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기본주택 등 포퓰리즘과 일부 좌파 정책이 혼재된 공약의 한계도 불 보듯 뻔하다. “저소득층에 저금리가 정당하다”는 그의 인식이 변함없다면 더욱 그렇다. 또 탈모약 건보 적용, 소득이 일부 있는 고령자에 대한 연금 감액제 폐지 등 ‘퍼주기’식 소확행 공약 외에 나라 재정을 어떻게 튼튼히 할지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정치인이 좋은 이상(理想)을 가졌어도 국민이 고통스러워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 후보 말에 이르면 더욱 혼란스럽다. 표심(票心)이 원하면 언제든 공약을 접겠다는 뜻이지만,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점에서 ‘경제를 잘 이끌 후보’를 묻는 항목에 유권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경제상식이 많아 보이는 후보’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진짜 경제 활력을 살려낼 ‘경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줄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오히려 그 갈증은 더해지고 있다. 이제라도 그런 비전을 보여주고 설득해낼 후보에게 결국 지지가 모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