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시맨틱스 "디지털치료제 시대 연다"

호흡재활 환자 100명 임상 시작

스마트폰·AR·VR 활용해
맞춤 프로그램으로 원격 치료

송승재 대표 "올 품목허가 목표
보험수가 논의 거쳐 내년 상용화"
“올해는 국내 디지털치료제 시대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사진)는 25일 “코로나19로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치료의 디지털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서울아산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호흡재활 디지털치료제 임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임상계획을 승인받은 뒤 올해 품목 허가를 목표로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 목표

디지털치료제는 전자약과 함께 화합물(1세대), 바이오의약품(2세대)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불린다. 전자약이 전기자극을 이용해 증상 개선 효과를 내는 의료기기라면 디지털치료제는 스마트폰이나 의료장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이용해 치료 효과를 내거나 예후를 관리하는 의료기기다. 2017년 미국에서 페어테라퓨틱스가 알코올·약물 중독 치료제 ‘리셋’으로 처음 승인을 받으면서 디지털치료제 시대가 열렸다.
라이프시맨틱스는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 자리를 노리고 있다. 호흡재활 치료가 필요한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치료제 ‘레드필 숨튼’의 임상 결과를 오는 9월 확보해 연말 품목 허가를 획득하는 게 목표다.

레드필 숨튼은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서도 집에서 호흡재활을 할 수 있도록 한 소프트웨어다. 손목에 차는 의료기기로 측정한 활동량과 산소포화도에 따라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암, 코로나19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겪은 환자들이 대상이다. 국내 COPD 환자 수는 22만 명 수준이지만 잠재적인 유증상 환자는 300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디지털치료제는 한 차례의 확증 임상만 거치면 허가가 가능하다. 확증 임상에 진입한 업체 중 탐색 임상을 통해 효과를 입증한 곳은 라이프시맨틱스가 유일하다. 송 대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험수가 적용 논의를 마치면 내년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가정에서도 재활 치료가 가능하도록 해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4곳 품목 허가 경쟁戰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미국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국 임상 결과를 확보하는 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 방식 및 절차 등을 조율하겠다는 구상이다. 송 대표는 “미국은 호흡재활이 필요한 환자 수가 1700만 명에 달해 수요층이 훨씬 넓다”고 말했다.

다음 타자도 기다리고 있다. 암 치료 환자들의 예후 관리를 위해 개발한 ‘레드필 케어’는 내년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암 환자들의 재활운동, 식이요법 등을 관리하는 쪽으로 사용 범위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화상전화 원격진료 서비스 ‘닥터콜’을 공급하면서 디지털치료제 유통 생태계도 마련했다.국내 확증 임상에 진입한 디지털치료제 업체는 이 회사를 포함해 4곳이다. 웰트와 에임메드가 각각 불면증 디지털치료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 장애를 개선하는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인 뉴냅스는 2019년 임상에 진입했다. 빅씽크테라퓨틱스는 미국에서 임상을 시작했다. 강박장애 디지털치료제로 현지 환자를 모집 중이다. 2025년 출시가 목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