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팜 대표 우기석 "헬스케어 빅테크 목표…국내 의약품 유통시장 50% 잡겠다"
입력
수정
지면C3
2012년 창립멤버로 참여약국 영업은 만만치 않기로 유명한 제약 영업 중에서도 ‘밑바닥’으로 통한다. 실핏줄처럼 흩어져 있는 전국 2만4000여 개 약국을 상대하다 보면 체력과 정신 모두 ‘방전’되기 일쑤여서다.
의약품 온라인 거래 10% 불과하지만
오프라인 거래량 빠르게 대체
가격경쟁 대신 편리한 서비스로 승부
'온라인팜 온리 제품'도 늘려나갈 것
1994년 한미약품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사진)는 30년 가까이 약국과 병원 곁을 지킨 ‘제약 영업맨’이다. ‘약사보다 약국을 더 잘 아는 영업맨’으로 통하는 우 대표는 온라인팜에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2012년 4월 한미약품 약국사업부가 온라인팜으로 재탄생할 당시 그는 약국사업본부장이었다. 대표 직함을 단 건 3년 뒤인 2015년 8월이다.온라인팜의 저력과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우 대표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5% 안팎인 의약품 유통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50% 수준으로 끌어올려 헬스케어 유통업계의 네이버나 카카오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온라인팜의 10년 역사를 함께한 그를 최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만났다.
▷온라인팜은 어떤 곳인가.
“메인 비즈니스는 약국 경영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HMP몰을 운영하는 것이다. 의사와 약사만 가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등 17만 종을 판매한다. 한미약품이 생산하는 제품 외에도 의약품 도매업체 171곳이 입점해 있다. 한미약품 제품은 우리가 직접 매입해 HMP몰을 통해 판매하고, 다른 제약사 의약품은 도매상이 사들인 뒤 HMP몰에서 판매하는 구조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경쟁 업체로도 볼 수 있는 도매상들이 HMP몰에 다수 들어와 있다. 최대한 많이 파는 게 이익인 만큼 한미약품 계열사란 이유로 굳이 HMP몰을 기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국내 의약품 유통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나.
“국내 의약품 시장은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해 연간 20조원 정도 된다. 매년 5%가량 성장하고 있다. 이 중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건 10%에 불과하다. 전체 시장의 90%는 오프라인에서 거래된다. 의약품 유통시장은 이른 시일 안에 온라인화될 것으로 본다. 2012년 온라인팜이 이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 온라인 점유율이 2~3%에 불과했던 걸 감안하면 10년 동안 4~5배 커진 셈이다.”▷경영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 목표는 지난해 8600억원 안팎이던 매출을 올해 1조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중장기 목표는 2030년까지 의약품 유통시장 점유율을 50% 수준으로 높이는 것으로 잡았다. HMP몰을 통한 의약품 거래액을 기준으로 1위가 되겠다는 의미다. 온라인팜이 직접 매입하는 한미약품 의약품이 모두 매출로 잡히지만, 다른 제약사 의약품은 중개 수수료만 매출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거래 제약사 제품을 모두 매입하는 일반 도매업체를 매출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쇼핑몰의 본업으로 볼 수 있는 거래액으로 따지면 HMP몰이 독보적인 1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의약품은 정해진 가격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 쇼핑몰과 달리 가격 경쟁은 없다. 승부는 얼마나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느냐, 얼마나 다양한 제품을 구비했느냐에서 난다. HMP몰이 가장 잘하는 분야가 이것이다.”▷온라인 구매의 장점은 어떤 것이 있나.
“약국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화에 덜 민감하다. 약사가 손으로 의약품 구매 이력을 기록한 게 엊그제 일이다. 이들에게 HMP몰은 혁신 그 자체다. 로그인만 하면 언제 어떤 품목을 구매했는지 다 나온다. 간편하고 직관적이다. 사용하기 어려우면 약국을 돌아다니는 200여 명의 온라인팜 영업사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HMP몰 덕분에 약사가 신경 써야 할 일이 줄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인수합병(M&A) 또는 해외 진출 계획은.
“M&A는 언제나 열어놓고 있지만, 당장 들여다보는 곳은 없다. 기본적으로 약국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팜과 손잡고 싶다면 누구든 환영한다. 전국 네트워크가 없는 의약품 도매업체는 협력하면 온라인팜의 전국 유통망을 내것처럼 활용할 수 있다. 해외 진출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향후 온라인팜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출할 수는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온라인팜이 개발한 제품도 있는데.
“온라인팜의 제안으로 개발한 제품이 있다. 치료용 화장품을 의미하는 더마코스메틱 제품인 프로-캄이다. 유산균을 의미하는 프로바이오틱스와 진정시킨다는 의미의 캄(calm)의 합성어다. 일종의 유산균 화장품이다. 약국을 통해 판매하는 만큼 제품 개발에 한미약품 연구진뿐 아니라 약사들도 참여했다. 이외에도 오스템파마의 구취제거제, 셀트리온제약의 간장약 등 온라인팜에서만 판매하는 약국 전용 제품이 5개 있다. 이런 제품을 차츰 늘려나갈 계획이다.”▷신사업 계획이 있다면.
“약국을 대상으로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오스크 사업을 하고 있다. 전국에 200개 정도 운영하고 있다.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장해 볼 생각이다. 지금은 약사가 처방전을 받아야 하고 결제도 해야 하는데, 키오스크를 설치하면 이런 반복적인 업무에서 해방된다. 남는 시간은 약사 본연의 업무인 복약 지도와 조제에 활용하면 된다. 사용료는 월 10만원 정도다. 기기 제작 및 사후서비스(AS)는 SK브로드밴드가 맡는다.”▷JVM 사업 계획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2016년 코스닥 상장사인 JVM을 인수했다. 의약품 자동조제기를 제작하는 회사다. 온라인팜은 이 회사의 국내 영업을 대신해주고 있다. 온라인팜의 강력한 약국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 모델인 셈이다. 반대로 온라인팜도 JVM의 자동조제기를 판매하면서 약국들과 더 돈독한 관계를 쌓고 있다. 전국 1만여 개 약국에 JVM 제품이 설치돼 있다. 신규 수요뿐 아니라 교체 수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형 약국뿐 아니라 1인 약국에서도 이 제품을 찾는 약사가 늘고 있다.”한재영/오상헌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