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죠?"…방역체계 전환 첫날 혼란(종합)

평택·전남 등 시범지역 검사장 북적, 보건당국도 인력 등 확보에 진땀
시민들 "검사 대상 분류 기준 모호해"…"PCR 검사받겠다" 실랑이도
보건소 관계자 "업무 가중…자가진단키트, 동사무소서 나눠주면 안되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고위험군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한 방역체계 전환 첫날인 26일 시범 시행지역인 경기 평택시와 안성시, 광주시, 전남도 등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9시 평택보건소 선별진료소 신속항원검사장 앞은 검사 시작 전부터 100여명의 시민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었다.

속속 현장에 도착한 시민들은 자신이 신속항원검사 대상인지 PCR 검사 대상인지 몰라 일단 긴 줄 뒤에 서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보건소 직원의 안내를 받고서야 PCR 검사 대기장소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꺼번에 6명씩 검사할 수 있도록 테이블이 마련된 신속항원검사장에서는 보건소 직원 3명이 서서 일일이 검사 방법을 안내하고 있었다. 접수장에서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절차에는 3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으나 자가진단키트 사용법을 잘 모르는 검사자들로 검사 시간은 꽤 소요됐다.

검사를 마친 시민들은 검사장 옆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15분가량 대기한 후 검사 결과를 받고 현장을 떠났다.
평택시민 최모(35) 씨는 "문병 갈 일이 있어 음성 증명서가 필요해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예전 PCR 검사를 받을 때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려 불편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24) 씨는 "어차피 자가진단키트로 하는 검사인데 굳이 선별진료소까지 와서 검사한 것만 음성 증명서를 준다는 건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며 "게다가 PCR 검사 결과도 아닌 간이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고 안심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민이 신속항원검사 대상이다 보니 PCR 검사장은 오랜만에 한산한 모습이다.

같은 시각 평택보단 검사자가 적었던 안성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2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안성보건소는 신속항원검사 방법을 모르는 시민을 위해 보건소 직원들이 직접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해 줬다.

이로 인해 검사 자체는 비교적 시간이 덜 걸리는 상황이었으나 직원들은 검사 방법이 달라진 사실을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신속항원검사 대신 바로 PCR 검사를 받겠다는 시민들과 보건소 직원들이 언쟁을 벌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건물 1층에는 PCR 검사장이, 2층에는 신속항원검사장이 있는 광주광역시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자신이 어떤 검사 대상인지 몰라 직원들에게 묻기 일쑤였다.

감기 증상이 있어 검사소를 찾았다는 박모(42) 씨는 예전처럼 PCR 검사를 받으려 했으나 보건소 직원의 안내로 2층에 새롭게 마련된 신속항원검사장으로 이동했다.

박씨는 "나처럼 증상이 있는 경우 종전처럼 PCR 검사를 받는 건지, 아니면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하는 건지 헷갈렸다"며 "결국 자가키트 검사로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찝찝한 마음에 일단 집으로 가서 하루 동안은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이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1층 PCR 검사장에 대기 인원이 몰린 반면, 2층 신속항원검사장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고위험군' 혹은 '의심스러운 경우' 등 PCR 검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검사장에 온 상당수 시민이 혼란스러워했다.

검사 장소와 장비, 인력까지 급작스럽게 준비해야 했던 방역 당국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사 장소는 전날 부랴부랴 설치했지만, 검사 장비와 인력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다.

2개 보건소가 있는 평택시는 정부로부터 자가진단키트를 보건소당 3천명분씩총 6천명분을 받았으나 금방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자체 예산으로 5천명분 추가 구매를 발주한 상태다.

인력도 기존 PCR 검사장의 경우 안내 담당자로 한 곳당 3명 정도만 배치하면 됐으나 신속항원검사장에는 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20분 이상 대기하게 되자 안내 인력만도 10명씩을 투입해야 했다.

이로 인해 군부대 인력까지 지원받았다.

광주시도 사정은 비슷했다.

매일 수천명이 검사하러 오는 상황이어서 자가진단키트가 조만간 바닥날 것으로 우려했다.

인력도 당장 준비가 안 돼 행정직원 12명이 임시 투입됐다.

시는 기간제 직원 15명을 임시로 뽑았지만, 교육 등을 거쳐 다음 달부터나 투입이 가능해 당분간 업무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광주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일단 새로운 방역체계를 시행해본 뒤 부족하고 보완할 부분은 채워나가면서 하자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말한 뒤 "하지만 기존 방역 업무에 추가로 부담이 지워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신속항원검사가 실시되는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 병·의원들도 역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평택의 한 지정 병원 검사장에는 방역체계 전환이나 이곳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덜 알려져서인지 이날 오전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이 거의 없었다.

광주시의 한 지정 병원의 한 관계자는 "방역 정책이 많이 바뀌어서 혼선이 있다"며 "의료기관은 감염 취약시설이라 방역에 더 신경 써야 하는데 갑자기 바뀌니까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정 병·의원들은 이미 호흡기 환자들 검사나 진료는 별도 장소에서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번 방역체계 전환에 따른 검사 공간 및 관련 인원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시범 시행 지역 한 보건소 관계자는 "정부는 보건소당 3천명분의 진단키트를 내려보내 준 뒤 추가 물량에 대해선 어떻게 할 건지 아무런 말이 없는 상태"라며 "방역체계 전환이 자가진단키트를 활용해서 하는 방식이라면 읍면동사무소 등을 통해 검사키트를 시민에게 나눠주고 자가 검사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간 지칠 대로 지친 보건소 직원들에게 신속항원검사까지 맡도록 하는 것은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자가진단키트 여유분이 없는데 29일부터 방역체계 전환이 전국적으로 시행될 경우 키트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