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만→25만…줄어든 우크라軍 '풍전등화'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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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군사력 25위, 러시아는 2위우크라이나는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1991년만 해도 군사 강국이었다. 당시 병력은 78만 명으로 유럽 1위였다. 전차 6500대에 공군기 1500대,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육해공군 합쳐 병력이 25만 명밖에 안 된다.
군사동맹국 없고 정치권은 권력싸움
자비로 소총 사는 국민만 죽어날 판
왜 이렇게 됐을까.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무기를 헐값에 팔거나 폐기했고, 중무기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핵무기를 유지할 길이 없어 일부를 이란에 넘기려다 미국의 지원 아래 폐기하거나 양도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등으로부터 안전보장 각서를 받았다. 그러나 푸틴의 등장 이후 러시아의 태도가 돌변했고, 일촉즉발의 안보 위기에 봉착했다. 러시아군 12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세 방향에서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비교해 보면 안쓰러울 지경이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업 ‘글로벌 파이어파워’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군사력은 세계 2위, 우크라이나는 25위다. 러시아 병력은 101만여 명으로 5위, 우크라이나 병력은 25만여 명으로 22위다. 예비군은 러시아 200만 명, 우크라이나 90만 명이다. 총 인구는 약 1억4000만 명 대 4000만 명.
러시아 육군은 세계 최강 수준이다. 전차 1만3000대(1위), 장갑차 2만7100대(3위), 자주포 6540대(1위), 견인포 4465대(1위), 발사대 3860대(1위)를 갖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전차 2430대(13위), 장갑차 1만1435대(7위), 자주포 785대(8위), 견인포 2040대(7위), 발사대 550대(11위)에 불과하다. 공군 전투기와 요격기도 789대(3위)와 42대(49위)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헬기는 1540대(2위)와 111대(35위), 수송기는 429대(2위)와 31대(31위), 공중 급유기는 19대(4위)와 0대. 전체 항공기는 러시아 4144대(2위)와 우크라 285대(35위). 해군력도 러시아(2위), 우크라이나(75위)로 처참한 수준이다. 우크라이나엔 잠수함과 구축함이 하나도 없다.
여기에 러시아 특유의 기만전술까지 더해지면 속수무책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대규모 전차부대 돌격전이나 폭격 등 전면전보다 다양한 변칙 전술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 분쟁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발전소를 점거하는 것으로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한다. 분리파가 점령한 지역 상공에 가스를 뿌려 현지 암모니아 공장에 큰 고장이 난 것처럼 위장하고 수리를 명목으로 병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할 때도 그랬다. 당시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가 러시아와 병합을 결의하자 러시아군이 진입해 점령했다. 소련 시절부터 써 온 수법이다. 전면전보다 절제된 급습 형태의 침공은 나토 연합국을 분열시키려는 의도와도 일맥상통한다.
우크라는 군사동맹국이 한 곳도 없다. 자국군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자비로 총을 사서 가족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1만 명의 예비군으로 구성된 의용군은 최근 두 달간 수천 명 늘었다. 이들 중 5000여 명은 수도 키예프 방어에 나섰다.
이 와중에 정치권은 권력 쟁탈전으로 내부 총질을 계속하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간의 세력다툼은 러시아군 12만여 명이 국토를 포위한 비상시국에도 그치질 않고 있다. 나라를 지킬 국방력은 갈수록 쇠약해지고, 유사시에 대비한 안보동맹마저 구축하지 못한 채 적군이 코앞에까지 들이닥쳤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니, 결국 죽어나는 건 죄 없는 국민들뿐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