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게 담갔다…겨울을 녹였다

Cover Story

심신 달래주는 럭셔리 온천·스파
“목욕은 영혼의 세탁이다.”

일본의 고전 애니메이션인 ‘에반게리온’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있다 보면, 몸의 더러움뿐 아니라 마음속에 내려앉았던 먼지들이 하나둘 씻겨 내려가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이자 재벌인 리처드 브랜슨도 “바로 지금 내가 기쁜 것은 그저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여유롭게 멋진 목욕(bath)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러워진 영혼을 ‘세탁’하는 시간이 소중한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터.추운 영하의 날씨 속 코로나19 사태가 3년째로 접어들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지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강추위를 피해 따뜻한 나라로 떠나거나, 가까운 일본에서 온천욕을 즐기며 추위를 잊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하늘길이 막히면서 이마저 허락되지 않은 ‘사치’가 된 지 오래다.

올겨울엔 심신(心身)에 불어닥친 한파를 국내 온천과 스파에서 녹여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지역마다 다양한 콘셉트의 노천 온천과 스파 리조트가 속속 생겨나면서 해외 못지않은 온천욕을 경험할 수 있다. 럭셔리 온천 리조트인 만큼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은 덜어도 된다. 경기 동두천 니지모리 스튜디오에선 일본의 료칸(여관) 마을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단지에서 숙박을 하며 히노키(편백나무) 탕을 즐길 수 있다. 유카타를 입고 마을 곳곳을 거닐다 보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어느 한 장면을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국내 대표적 럭셔리 온천 리조트인 강원 양양 설해원에서는 탁 트인 인피니티 풀에서 노천 온천을 할 수 있다. 눈 내린 설악산 뒤로 뉘엿뉘엿 지는 일몰과 함께 온천욕을 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만하다.

좀 더 프라이빗한 입욕을 즐기고 싶다면 국내 특급호텔에서 운영하는 스파를 찾는 것도 좋은 선택지다. 장미를 가득 풀어 넣은 욕조에서 호사스러운 시간을 누리거나, 열을 머금은 단단한 스톤(돌)으로 추위 속 단단히 굳은 몸을 이완할 수 있다. 입욕 후 받는 마사지는 힘들었던 자신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슬픔은 목욕과 와인 한잔, 좋은 수면으로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미처 녹여내지 못한 마음속 ‘묵은 때’가 있다면, 이번 주말엔 마음에 드는 온천이나 스파를 골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이 지독한 몸과 마음의 추위를 가장 럭셔리하게 녹일 특별한 처방전이 될지 모른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