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쓰’에서 수소 뽑는다…추출기 만든 현대로템

현대로템은 음식물 쓰레기, 가축 분뇨, 계기물 등에서 나오는 바이오 가스를 수소로 변환하는 수소추출기를 2월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한다. 수소추출기는 수소 경제 밸류체인 확대의 첨병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현대로템은 액화수소충전소, 이동식 수소충전소, 수소전기트램, 수소전기고속철 등 다양한 수소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한경ESG] ESG NOW
최근 방문한 경기 의왕시의 현대로템 수소설비 조립센터. 근로자 10여 명이 각종 부품을 수소추출기 2대에 용접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장치는 음식물 쓰레기, 가축 분뇨, 폐기물 등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수소로 변환한다. 현대로템은 2월부터 수소추출기의 본격적인 양산에 나선다. 회사 측은 바이오가스를 활용하는 수소추출기가 수소경제 밸류체인 확대의 첨병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수소전기트램에 이어 수소추출기 제조를 확대하고 액화수소 충전소를 짓는 등 수소 분야 투자를 늘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친환경에너지로

지난 1월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해 12월부터 수소추출기 생산을 시작해 현재 5대의 제조를 마무리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수주한 3대는 오는 6월까지 조립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연 20대를 만들 수 있는 2000m2의 조립센터에서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수소추출기 양산을 시작한다.첫 수소추출기는 충주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 배치돼 있다. 처리장 바로 옆 부지에 설치해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기반으로 수소를 뽑아낸다. 가스에서 메탄을 분리한 뒤 물과 반응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악취 가스가 이 장치를 거치면 순도 99.995%의 수소로 바뀐다. 수소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정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순도다. 현대로템은 가축 분뇨와 폐기물에서도 바이오가스가 배출된다는 점에 착안해 축사와 폐기물 처리장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4대는 강원도와 인천 지역 수소 충전소에 납품했다. 이곳에서 만든 수소는 수소차 충전 등에 쓰인다. 수소추출기 1대는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 128대를 100% 충전할 수 있는, 하루 640kg의 수소를 생산한다. 트레일러 1대를 통해 운송할 수 있는 수소양은 200~300kg 선이다. 수소추출기가 트레일러 2대분이 넘는 수소를 책임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로템은 소모품인 촉매제를 제외한 열교환기, 압력변동흡착용기(PSA) 등 90%의 부품을 국산화했다. 해외 업체를 통해서도 제작 의뢰가 들어오고 있어 조만간 수출도 가능할 것이다. 주영진 현대로템 수소사업팀장은 “기업 관계자도 현대로템 수소 충전기를 보고 놀랄 정도로 품질이 상당히 높다”며 “수소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유럽 등 해외에서 사용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수소추출기에 붙일 수 있는 소형 포집장치를 개발 중이다. 이 장비가 배출하는 소량의 이산화탄소를 ‘제로(0)’로 만들기 위해서다. 수소추출기가 온실가스 저감을 목적으로 만든 장비라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액화수소 충전소도 건립

현대로템이 강원도, 삼척시와 함께 진행 중인 액화수소 충전소사업 협상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를 통해 액화수소사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 대비 부피가 800배 작아 한 번에 3000kg 이상 수송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수소는 수소차 충전뿐 아니라 필요한 곳에 운반한다. 액화수소 충전 시설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꼽힌다.현대로템은 이동식 수소 충전소 보급도 확대하고 있다. 수소 충전 설비를 차량에 탑재해 이동할 수 있는 시설로 공사 현장의 수소건설 장비, 수소 충전용 긴급출동 차량 등이 주로 이용한다. 이를 통해 수소 충전 인프라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현대로템은 이 밖에도 다양한 수소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수소전기트램, 수소전기고속철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 차량에 수소를 주입하는 충전장치인 수소디스펜서도 개발했다. 차량에 수소를 주입하면 온도가 낮아 노즐 끝에 결빙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 장치는 노즐 주변에 압축가열공기를 분사해 결빙 현상을 방지한다. 또 화재 진압, 인명구조를 할 수 있는 수소 기반의 드론도 공개한 바 있다.

올해 들어 현대로템은 기존 수소사업과 프레스사업을 담당하던 수소·프레스실을 수소에너지사업실로 확대 개편했다.

[돋보기] 현대로템 수소전기트램
현대로템은 수소전기트램 상용화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7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수소전기트램 실증사업에 참여했다. 2023년 12월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며, 양산 목표는 2027년이다. 유럽철도국에 따르면 전동차, 트램 등은 km당 28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다른 운송수단보다 탄소배출량이 적지만 이마저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 현대로템의 구상이다.

첫 작품은 최고시속 70km 이상으로 주행할 수 있는 5개 모듈의 수소전기트램이다. 현재 개발한 콘셉트 모델(사진)은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에 적용하는 95kW급 수소연료전지 2개를 장착하고 수소탱크 8기를 지붕에 올린 형태다. 이 차량은 전체 충전량의 61%를 수소로 충전하고 실제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로템은 차량을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전용 시스템도 개발했다. 시속 5~30km에서 증·감속하는 주행 시험을 통해 성능을 점검했다.

트램은 전 세계 400여 개 도시에서 운행되는 대중교통수단인 만큼 상용화에 성공하면 수출도 기대해볼 수 있다. 현대로템은 국내에서 트램 설치 실적이 없음에도 터키, 폴란드, 캐나다 등 트램 선진국에서 꾸준히 수주를 이어오고 있다. 수소전기트램 1대를 1시간 동안 운행하면 800μg의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다. 또 성인 107명이 1시간 동안 숨 쉴 수 있는 청정 공기도 생산 가능하다.현대로템은 수소전기트램에 이어 2024년까지 시속 100km로 주행하는 수소전동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후 2030년까지 대용량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해 시속 160km 이상으로 달리는 수소전기기관차, 수소전기고속철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독일 철도통계 전문기관인 SCI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철도차량 시장은 74조원에 달했다. 2024년까지 이 시장은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수소 기술 및 개발 역량을 확보해 부품 국산화를 이뤄 수소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의왕=김형규 한국경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