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광주가 낳은 사회적 아들"…'박정희 호남소외론' 거론(종합)

호남 지지세 '미결집' 판단에 일정 바꿔 광주 '텃밭' 단속
'5·18 정신' 헌법 명문화 등 공약…이낙연 전 대표 동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27일 당의 정치적 둥지인 광주를 찾아 텃밭 표심 단속에 나섰다.이번 대선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인 설 연휴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호남 지역 지지세가 예년만큼 결집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애초 이날까지 경기도를 순회하기로 한 계획을 급히 틀면서 '집토끼' 챙기기에 매진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공항에서 지역 공약 발표에 앞서 "셀 수 없이 고백했던 것처럼 민주화의 성지 광주는 제 정신적 스승이자 사회적 어머니"라고 운을 뗐다.

이어 "광주는 개인적 영달을 꿈꾸던 청년 이재명이 올바른 역사를 직시하도록 만들어주셨고 약자를 위한 삶의 경로를 밟도록 이끌어주셨다"면서 '5·18 정신'의 헌법 명문화와 군 공항 이전 적극 지원 등 지역 숙원이 담긴 공약을 발표했다.호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큰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후보에 80~90%에 달하는 지지를 보내온 곳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이 후보의 지지율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이 후보는 "득표율과 지지율은 전혀 다르다"며 선을 그었지만, 당에서는 호남 지지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전통적 지지세만큼은 안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렇다고 윤석열 후보 쪽으로 간 것은 아니고 유보층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광주 공약 발표에 이어 서구 광주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을 찾아 사고 지점을 돌아보고 피해자 가족을 위로했다.

오후에는 광주 북구의 전통시장인 말바우시장에서 명절 연휴를 앞두고 장을 보러온 시민 및 상인들과 만났다.이어 5·18 당시 시위군중들의 예비 집결지이자 정보를 주고받았던 충장로 우체국, 이른바 '우다방'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세몰이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육체적 생명을 준 것은 저의 어머니지만, 광주는 저에게 사회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사회적 어머니"라면서 "그래서 저는 광주가 낳은 사회적 아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영호남 간 격차를 언급하며 "박정희 정권이 자기 통치 구도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전라도는 일부 소외시켜서 싸움시킨 결과란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호남소외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또 "부산은 공항을 국가 돈으로 지어주면서 광주공항은 '네 돈으로 해라' 하면 안 될 것"이라며 "억울한 지역, 사람이 없게 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지역 균형 발전을 거듭 강조했다.

5·18 희생자 어머니 모임인 '오월어머니집' 이명자 관장은 찬조 연설에서 "전두환의 후예들과 박근혜 적폐 세력들이 윤석열의 가면을 쓰고 다시 정권을 잡겠다고 저 난리를 치는데 어찌 눈뜨고 이를 지켜볼 수 있겠느냐"라며 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이 후보는 이 관장과 포옹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 지지를 당부하며 "그것이 광주를 위해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대선을 이긴 쪽이 지방선거를 하기 더 편하다"라고 말했다.인파 수백 명이 몰린 가운데 약 50분 동안 진행된 충장로 유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면서 마무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