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만명 확진 영국의 '위드코로나'…"독감처럼 간다"

실내 마스크, 코로나19 패스 없어져…확진자 자가격리도 폐지 계획
입국 규제도 대거 완화…미접종자도 자가격리 안 해
"우리가 법적인 자가격리 의무를 모두 없앨 수 있는 날이 곧 올 겁니다. 독감에 걸렸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법적인 격리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지난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 관련 방역 규제를 대부분 해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한 말이다.

영국은 평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만명 안팎씩 나오는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를 결정했다.

이제 법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나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공공장소 이용 제약이 없다. 백신을 2회 맞았으면 입국시에도 코로나19는 거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다만,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엔 일부 불이익이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영국 정부는 이렇게 작년 여름 '자유의 날' 이후로 돌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독감처럼'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인 등 취약한 집단은 보호하지만 위험이 크지 않은 일반인들의 생활은 제약하지 않는 것이다.

백신 접종자는 확진 시 자가격리 기간이 5일로 짧아졌는데 3월부터는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
◇실내 마스크·코로나19 패스 없는 '자유의 날'로 복귀
영국은 잉글랜드에서 27일 코로나19 방역규제를 대거 풀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코로나19 패스(covid pass), 재택근무 권고로 구성된 코로나19 방역 '플랜B'를 도로 없애고, 작년 7월 19일 봉쇄 규제를 모두 푼 이후 상황으로 복귀했다.

재택근무 권고는 발표 당일인 19일에 바로 폐지됐고, 마스크와 코로나19 패스는 27일부터 없어졌다.

중등학교(secondary school) 교실 내 마스크 착용은 20일에, 복도 등 공용공간 마스크는 27일에 폐지됐다.

즉, 중등학교, 슈퍼, 기차 등 실내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되고 극장이나 축구장 등에 갈 때 백신 2회 접종 내역이나 코로나19 자가 신속항원검사(lateral flow test) 음성결과를 증빙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들은 다시 출근 지침을 내렸다.

초등학교나 실외에선 이전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코로나19 패스 사용 대상이 아니어서 백신접종을 증빙할 필요가 없었다.

영국은 미성년자는 12세 이상부터 백신을 접종하고 5∼11세에겐 코로나19에 취약한 경우에만 사용 승인을 냈다.
이에 더해 2월 11일부터는 백신 2회 접종자에겐 입국 규제도 다 푼다고 24일 발표했다.

입국 후 검사를 아예 없앤다는 것이다.

이미 이달 7일부터 입국 전 검사는 없어졌고 입국 후 2일차 검사는 PCR(유전자증폭)에서 저렴한 신속검사로 바뀌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 백신 미접종자 입국규제도 완화돼서 자가격리와 입국 후 8일차 검사가 없어지고 2일차 PCR 검사만 남는다.

요양원에도 31일부터는 방문자 숫자 제한이 없어진다.

◇ 독감처럼…확진자 자가격리 없어질 수도
영국 정부는 3월에는 확진자 자가격리마저 없애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확진자 자가격리 규정을 담은 코로나19 보건규제 2020 법이 3월 24일에 만료되는데 이 법을 갱신하지 않는 방식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또 그 전에라도 자가격리 폐지를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데이터를 보고 결정한다는 전제는 달았다.

잉글랜드에서는 이미 13일부터 확진자 자가격리 기간이 백신 2회 접종자의 경우 7일에서 5일로 줄었다.

5일차와 6일차 스스로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음성 결과가 나오면 해제되는 방식이다.

다만 백신 미접종자는 아직 10일이다.
확진자 3분의 2는 5일이 지나면 감염력이 없다는 보건안전청(HSA) 자료가 뒷받침이 됐다.

영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앞으로 코로나19를 독감처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으니 공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독감이 심한 해에는 약 2만명이 사망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라 전체를 봉쇄하거나 많은 규제를 가하진 않는다"며 "분별력 있고 적절한 조치를 활용해서 일상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자유를 강조하는 정서로 인해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도 방역규제 도입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코로나19 백신은 2020년 12월 8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접종했지만 코로나19 패스 도입 시도는 번번이 집권당인 여당 의원들에게 막혔다.

존슨 총리는 작년 12월 8일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해 플랜B 도입을 발표했다가 이후 의회 표결과정에 여당에서 반란표가 무더기로 나오는 수모를 겪었다.

오미크론 변이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지만 감염이 2.5∼3일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보건안전청 분석이 있으니 일단 치명성과 백신 효과에 관한 자료가 나올 때까지 조심하고, 부스터샷(예방효과 보강을 위한 추가접종)에 필요한 시간을 벌자는 취지였지만, 거꾸로 아직 얼마나 위험한지 잘 모르면서 정부가 규제를 부과하면 안된다고 반발하는 목소리도 컸다.

◇슈퍼가 고객 마스크 요구…백신 안맞으면 불편, 불이익
잉글랜드에서 마스크 착용 등 방역규제는 이제 개인 선택이므로 각자 판단해서 안전하게 행동하면 된다.

반대로 각 사업장이나 교통공사, 행사장 등에서도 자체적으로 마스크 착용과 코로나19 패스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런던교통공사(TFL)는 런던 지하철 등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밝혔고 철도회사들도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백화점과 슈퍼마켓 체인인 존 루이스-웨이트로즈와 샌즈베리는 직원뿐 아니라 고객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법적 제재 근거는 없으므로 권고하는 수준이다.

정부도 밀폐되거나 붐비는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마스크를 쓰라고 권한다.

반면 슈퍼마켓 체인 모리슨스는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백신 접종도 강제는 아니지만 미접종시엔 불편하거나 불이익을 받는다.

백신 미접종자는 밀접접촉시에도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 확진시에도 격리 기간이 길다.

이케아, 모리슨스, 오카도 등 몇몇 업체들은 미접종자가 밀접접촉 후 자가격리를 할 경우엔 급여를 빼고 최저 병가급여만 지급한다고 밝혔다.

국민보건서비스(NHS) 일선 의료진은 일을 계속하려면 4월 1일까지 2차 접종을 마쳐야 한다. 요양원 직원들에겐 이미 백신접종 의무가 적용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