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OLED 드루와 드루와"…LG디스플레이의 '자신감' [강경주의 IT카페]

[강경주의 IT카페] 34회

"OLED 경쟁력 LG가 훨씬 우위에 있다고 생각"
한종희 "LG OLED 패널 구매 가능성 다 열어놔"
"LG, 공개 안 한 OLED 신기술 더 있을 수도"
LG디스플레이가 29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언론사 초청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차세대 올레드 TV 패널 'OLED.EX'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신제품은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 소자에 '중(重)수소 기술'과 '개인화 알고리즘'을 적용해 기존 OLED 대비 화면 밝기(휘도)를 30% 높인 점이 특징이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 차세대 패널 'OLED.EX'. 2021.12.29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삼성의 OLED 시장 진입을 환영한다."
LG디스플레이가 연일 삼성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진입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삼성이 OLED에 합류해야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관련 발언의 기저에는 10여 년간 손실을 감수해가며 뚝심으로 OLED 시장을 개척해냈다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이 OLED 참여하면 생태계 확대에 긍정적"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열린 2021년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OLED의 새 경쟁자로 등장한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태종 LG디스플레이 대형마케팅 담당은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OLED 대비 자사 OLED의 경쟁력을 묻자 즉답을 피하면서도 "이미 10년 이상 사업을 해온 LG디스플레이가 제품과 원가 경쟁력, 규모의 경제, 고객 등 종합적 경쟁력은 훨씬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는 "제품 경쟁력에 있어서는 한두 개의 스펙이 아닌 종합적인 제품 경쟁력 비교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경쟁사 제품) 출시 이후 시장이 이런 부분을 잘 평가할 것이고, 앞으로도 격차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가 향후 삼성전자에 OLED 패널을 공급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특정 고객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기 어렵다. 올해는 기본적으로 기존 고객사를 중심으로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답했다.
LG전자 박형세 HE사업본부장 "차별화된 고객경험 앞세워 올레드 TV 名家 리더십 이어간다" [사진=LG전자 제공]
박형세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부사장)도 지난 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진출에 대해 "공식적으로 관련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전제한 뒤 "삼성전자가 참여하게 되면 생태계 확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오창호 LG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장(부사장) 역시 지난달 29일 LG사이언스파크 미디어데이에서 "경쟁사(삼성)가 OLED 진영에 진입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시급한 건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생산량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이른바 '이재용 TV'로 불리는 QD-OLED TV 제품을 발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세대 삼성전자 TV의 대표 제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OLED TV에 LG 패널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IT)·전자 전시회 'CES 2022' 개막일인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에서 국내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관련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한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와의 OLED 패널 공급 계약설에 대해 "기존 TV 패널 부족이 심했을 때부터 LG로부터 패널을 구매하고 있다. OLED 패널 구매는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도 그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사용 여부에 대해 "현재 구매한다거나 구매하지 않는다거나, 확답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단계"라며 "구매 결정이 내려지면 언론에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부연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도 OLED TV에 LG 패널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그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IT)·전자 전시회 'CES 2022' 개막일인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에서 국내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관련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사진=강경주 기자]
과거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OLED TV 출시 가능성에 대해 "(출시 계획이) 전혀 없다" "OLED TV는 잔상이 남는 '번인' 같은 기술적 문제가 많다" "미니 LED가 더 훌륭한 기술이다" 등의 언급을 하면서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CES에서 OLED 진입 긍정적 기류를 내비친 만큼 그가 "자존심 대신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노선 변화를 택한 만큼 가장 시급한 건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량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 디스플레이 전략의 첫 단추인 QD-OLED 출하를 지난해 11월에서야 시작했다. 하지만 QD-OLED는 대량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생산 초기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 확보가 어렵고 단독 공급도 아니라 삼성전자가 이 패널로 만들 수 있는 TV의 최대 규모는 수십만 대에 불과한 상황이다.때문에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아 새 제품을 내놓을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전 세계 TV용 OLED 패널의 99%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TV 동맹'이 올해 디스플레이업계의 최대 화두라고 짚었다. 이 기관은 "LG디스플레이가 주요 브랜드들의 고급 TV에 화이트올레드(W-OLED)를 공급하는 TV 기술개발업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돼 최대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도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 도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현재 LG디스플레이의 W-OLED를 적용한 OLED 제품 개발과 상품 기획을 이미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상반기 북미와 유럽에 OLED TV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삼성전자의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 채택은 확실시돼 간다"고 말했다.

"LG-삼성, 선의의 경쟁 통해 글로벌 OLED 주도권 지켜야"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대형 OLED 시장 규모 확대를 이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향후 글로벌 대형 OLED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 액정표시장치(LCD)처럼 중국 업체에 의해 밀려나는 상황을 되풀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10여 년간 LG디스플레이가 단독으로 대형 OLED 시장을 견인해왔지만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로서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 진입을 환영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배경이 자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LG전자가 영국 런던 아트갤러리 180 스튜디오에서 오는 12월 18일까지 열리는 미디어아트 전시에 올레드 디스플레이로 만든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이어 붙인 조형물을 보는 관람객. 2021.10.24 [사진=LG전자 제공]
LG디스플레이가 OLED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 진입에도 여유를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공개한 신제품 OLED-EX는 물론 상품을 전시하는 쇼케이스로 활용된 투명 디스플레이, 콘텐츠 몰입감을 높여주는 벤더블(Bendable·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등 당장 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차세대 무기'가 많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는 점유율 1위보다도 기술력 1위에 더 집착하는 회사"라고 부연했다.

오 부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저희 혼자 10여 년간 OLED를 하다가 파트너(삼성)가 생겼다. OLED 시장이 커지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W-OLED는 상당 기간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 보고 있다. 지속적인 진화도 계속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6년째 글로벌 TV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데 그 타이틀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OLED를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성장성이 불투명한 중저가와 LCD TV에서 벗어나 OLED로 체질 개선하는 게 이제 확실한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