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줘도 문제, 안 줘도 문제"…호실적 LG·삼성·SK '성과급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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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LG엔솔 성과급 문제 '시끌시끌'기업들의 지난해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일부 대기업 사이에서 성과급을 두고 내부 잡음이 일고 있다. 공정한 분배가 '인재 경영'의 화두로 떠올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SK 성과급에 타 부서·계열사 상대적 박탈감
"성과급 논란, 기업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
"IPO 대박 LG엔솔만? LG화학은?"
31일 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LG엔솔')은 성과급과 설 상여금을 지급했다. 전 직원에게 차등 없이 지급된 설 상여금은 기본급 100%. 성과급은 사업 부문별로 차이가 있는데 LG화학 내 가장 덩치가 큰 석유화학부문의 경우 평균 850%로 전해졌다. 전체 평균은 700%대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회사는 평균 600%대의 성과급을 제시했지만 직원들 반발에 일부 상향 조정됐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LG화학의 이번 성과급은 높은 실적과 성과급 제도 손실이 맞물리면서 가능했다. LG화학은 지난해 5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0년(1조7982억원) 대비 3배가량 늘어난 사상 최대치다. LG화학은 지난해 당초 500%였던 성과급 상한을 재무성과 600%, 미래준비성과 400% 등 총 1000%로 올렸다. LG화학 월 기본급은 연봉의 20분의 1로, 성과급 850%는 연봉의 42.5%가 된다. 2020년 기준 석유화학부문 남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세전 기준 평균 425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LG엔솔도 평균 기본급의 4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2020년(평균 200%)보다 2.5배 늘어난 수준이다. LG엔솔은 2020년 12월 분할된 법인으로 지금까지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공시되지 않았다. 지난해 1~3분기 1인 평균 급여액은 남직원 기준 6800만원 수준. 기본급의 450%는 연봉의 22.5%에 해당한다. 역시 설 상여금과 성과급을 합하면 수천만원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모두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지만 두 회사 직원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LG엔솔의 경우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최근 자사주 지급 효과가 한몫 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7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LG엔솔의 직원들은 최대 4억원어치 주식을 받았다. 주가는 공모가보다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반면 LG화학 직원들은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단군 이래 최대 기업공개(IPO)라는 말까지 나온 LG엔솔이 상장했지만 LG화학 직원들은 IPO 보상에서 철저히 제외됐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서 LG엔솔이 LG화학의 배터리사업본부로 적자를 낼 때 석유화학본부가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해 지원해왔는데 물적분할한 LG엔솔의 우리사주 배정 대상에서 LG화학 직원들은 제외되고 LG엔솔 직원들만 850만주를 받았다는 것이다. LG화학 직원들은 LG엔솔 IPO에 따른 수익 분배 또는 이를 반영한 성과급 지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LG엔솔의 성장을 위해 그동안 LG화학이 희생해 온 만큼, IPO에 따른 보상 역시 나눠야 한다는 논리다.
"머슴도 대감집에서 해야" 상대적 박탈감 호소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직원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위기 극복 특별 격려금으로 기본급의 최대 200%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 주 뒤 SK하이닉스가 전 직원에게 300%를 지급하겠다고 하자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결국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에 월 기본급의 300%를, 반도체연구소에는 200%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또 초과 이익 성과급(OPI·옛 PS)을 최대 한도인 연봉의 50%까지 지급한다고 발표했다.복리후생책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연내 1년짜리 자기개발휴직(무급)제도 도입를 도입하고 육아휴직기간도 최대 2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재택근무 확대와 근무시간 축소, 어린이집 시설 확대 등의 지원책도 강화하기로 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DS 부문장은 "초일류 1등 기업답게 그에 걸맞은 보상 우위를 계속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그러자 SK하이닉스도 곧바로 초과 이익 분배 성과급(profit sharing)을 최대 한도인 기본급 1000%(연봉 50%)만큼 전 직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성과급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로 비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잔치를 바라보는 계열사와 다른 회사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삼성전자 성과급 글에는 "머슴도 대감집에서 해야 한다", "대기업은 다르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특히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성과급 액수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삼성은 전자와 후자(다른 계열사)로 나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일반직 책임매니저에게 지급한 '탤런트 리워드 포상'이 문제가 됐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총 3047명의 우수 성과자에게 500만원씩 지급했는데 여기에 노조가 불만을 제기했다. 차등 성과급 500만원을 생산직 등 전 조합원에게 지급해달라는 요구다.
노조는 "현장에서 임무를 다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3만 조합원의 피와 땀의 결실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원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단체협약,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반발했다.대기업 인사팀에서 보상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윗선에서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세밀한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회사 내 비교뿐 아니라 업계 비교도 과거와 달리 매우 쉬워졌고 성과급을 줬음에도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끼리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제대로 된 인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앞으로 기업 경영의 최대 화두는 '공정한 분배'가 될 것"이라며 "기여도를 숫자로 딱 자를 수 없다보니 애로 사항이 많다. 결국 소통의 문제"라고 덧붙였다.업계 관계자는 "호실적을 내다보니 나타난 현상인데 올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논란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인재 유출로 인한 보안과도 직결되는 문제라서다. 단발성으로 성과급 한 번 주고 끝낼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