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54년 만에 지주사 체제…"비상장 약속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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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서 물적분할안 통과포스코그룹이 창립 54년 만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2000년 민영화에 이은 포스코의 구조적 대전환이다. 포스코그룹은 철강을 넘어 2차전지, 수소 등을 아우르는 ‘환경 미래소재 전문 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포스코그룹은 2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포스코를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존속)와 철강사업회사 포스코(신설)로 분리하는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결의했다. 이번 주총에선 의결권 있는 주식 수 기준 75.6%의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했고, 출석 주주의 89.2%가 지주사 전환에 찬성표를 던졌다.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결의 요건을 훌쩍 넘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지주사 체제는 오는 3월 2일 공식 출범한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안건이 가결된 뒤 “포스코그룹 미래 비전에 대한 국내외 주주들의 지지와 확신에 감사드린다”며 “반세기의 도전과 성공을 토대로 100년 기업 포스코의 지속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가치 훼손' 시장 우려 불식
리튬·니켈·수소 등 신사업 확대
포스코홀딩스는 신설 사업회사 포스코 지분 100%를 보유하고, 포스코를 상장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에너지, 포스코건설, 포스코리튬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들을 거느리게 된다. 지금은 포스코 내 사업부 차원에서 맡고 있는 니켈, 수소 등 신사업도 앞으로는 홀딩스가 전담한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의 역할을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개발자’로 정의했다. 그룹의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인수합병(M&A) 등 투자를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을 주요 재원으로 신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일정 수준에 오르면 자회사로 독립시킨다는 방침이다.포스코그룹의 지주사 전환엔 난관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결정하자 주주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분할 자회사 포스코가 상장에 나설 경우 포스코홀딩스가 가진 지분가치가 희석되면서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최 회장은 지난 5일 주주서한을 통해 “글로벌 저탄소 전환, 기술혁신 가속화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그룹의 균형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를 비상장사로 유지하고, 향후 추진하는 신사업 자회사의 상장을 지양하겠다고 약속하며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후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전략까지 잇따라 내놓으며 90%에 가까운 찬성표를 확보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