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가 지옥될 것"…택배파업 끝나도 상처 사라지겠나 [박한신의 커머스톡]

사진=연합뉴스
"파업이 끝난다 한들 현장에서 업무가 원활히 이뤄질지 우려가 됩니다.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갈등이 일상화 돼 일터가 지옥이 될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주도로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알아서 CJ대한통운으로 배송되는 상품은 거르고, 소상공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설 전에는 끝내겠지라는 소상공인들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습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거래처가 떨어져 나가고 일감이 떨어질 거라는 게 택배업계 우려입니다.택배업계의 우려는 이 같은 직접적인 수익 차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파업이 끝나도 짙은 상흔 때문에 소중한 일터가 택배기사들의 '지옥'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일선 택배 터미널 현장에서는 노조원들과 비노조원들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파업 때문에 거래처가 끊겨 수입이 감소한 데다, 노조원들이 비노조원을 폭행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파업 터미널에 투입된 대체 택배기사를 노조원들이 집단 폭행해 골절상을 입었다는 비노조원들의 호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노조 택배기사는 "자기들이 일 안하는 거야 그렇다치지만 왜 남이 일하는 걸 방해하느냐"며 "폭력을 멈추라"고 말했습니다. 노조원이 쌓여있는 택배를 파손하는 행위를 비노조원이 막다가 부딪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대리점 사장님들 또한 서로 도우며 일하던 택배기사가 노조에 가입한 뒤 '쌍욕'을 하는 것에 대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비노조 택배 연합회의 피켓.
이 과정에서 비노조원과 노조원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틀어지고 있습니다. 택배사들은 이 점을 우려합니다. 파업이 끝나면 서로 오며가며 만날 수밖에 없는 택배기사들의 관계가 이렇게 틀어지면 갈등이 일상화 돼 제대로 물량을 처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회사나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지만 사람이 힘든 것은 참기 어렵듯이 말입니다.정말 부당한 구조가 있다면 사회적으로 정당한 방법을 통해 알리면 될 일입니다. 폭력을 통해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투쟁방식은 이제 통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노동자의 목소리 또한 사회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노조 스스로 신뢰도를 깎고 '노조 포비아'를 확산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