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인줄도 몰랐다"…명절에도 독서실 가는 공무원 수험생들

사진=연합뉴스
다음달 2일까지 설 연휴가 이어지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명절은 남의 이야기다. 다가오는 시험을 앞두고 쉬지 않고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누구에겐 여행을 가거나 가족 간 모일 기회지만 이들에게는 빨간 날도 평일인 셈이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이기혁 씨(23)는 5급 공채 수험생이다. 집 근처에 위치한 이 씨의 독서실 책상에는 연휴 동안 풀기로 한 모의고사가 수북히 쌓여 있다. 작년 7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해 2월 26일 첫 시험을 앞두고 있다.그는 1차 시험을 한 달 가량 앞둔 상황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은 사치라고 말했다. 쉬고 있으면 오히려 자책감이 든다는 것이다. 이씨는 “토요일부터 연휴라는 것도 며칠 전에야 알았다”며 “시험 당일과 똑같은 시간으로 문제를 풀면서 점차 리듬을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휴를 포기하는 대신 연말을 편하게 즐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서울 관악구에서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수혁 씨(26)는 공무원 시험에 발을 붙인지 6년 차다. 지난 27일 밤 늦게 고향인 창원으로 내려가는 김씨의 가방에는 수험서가 가득했다. 1차 시험이 오는 7월 23일이어서 아직 여유가 있을 법도 하지만 그는 고향에 가서도 근처 스터디 카페에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기로 했다.

김씨는 “다른 스터디원들은 모두 연휴 기간 내내 모여서 공부하기로 했다”며 “다들 평소처럼 하는데 혼자 뒤처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휴 기간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 앱으로 하루 공부 시간을 체크하는 스터디에도 가입했다.공무원 수험생들을 상대로 강의하고 있는 윤진원 씨(38)는 “가뜩이나 어려웠던 취업시장에 코로나까지 더해지면서 공무원 수험시장 분위기도 많이 치열해졌다”며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때에도 평소처럼 강의를 듣거나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어 연휴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이 명절에도 독서실로 향하는 이유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은 사기업 등 다른 취업경로에 비해 특별한 스펙을 요구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고, 합격 이후 직장생활이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많은 청년들이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5·7·9급 합산 6825명을 뽑았던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는 총 25만 2123명이 지원했다. 특히 5322명을 뽑는 9급 공채시험에 접수한 인원은 19만8110명에 달했다.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이 가장 많이 준비하는 취업시험은 일반직 공무원으로 비율이 3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