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는 정점 징후, 증시는 바닥 징후?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가 1월에 이렇게 많이 떨어진 건 100년이 넘는 미국 증시 역사에서도 가장 나쁜 기록입니다. 28일(현지시간) 장중 S&P500 지수는 한 때 지난 3일 최고점에서 10.9%까지 떨어졌습니다(물론 이후 반등했습니다). 기존 기록은 2009년 1월, 8.5% 하락입니다.

이렇게 단기 폭락하다 보니 비관론은 기록적으로 높습니다. 이번 주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의 투자자 심리 조사에서는 향후 6개월 장세를 부정적(Bearish)하게 보는 이가 전주보다 6.2%포인트 늘어 52.9%에 달했습니다. 이는 2013년 4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긍정적(bullish)이라는 답변은 23.1%에 불과했지만, 전주보다는 2.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사실 낙관론이 역사적 평균인 38%를 1 표준편차를 넘을 정도로 낮은 건 매수 신호입니다. 이럴 때 매수하면 향수 6개월, 12개월 S&P500 지수 수익률은 역사적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도 작년 말 21배 중반에서 19배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이번 주 월요일 장중 저점(4230)이 지켜진 데 대해 의미를 두는 이들이 월가에 많습니다.

찰스 슈왑에 따르면 전날까지 나스닥이 최고점에서 15% 떨어졌지만, 종목별로 따지면 52주 신고가에서 적어도 50% 이상 폭락한 주식이 무려 46%에 달했습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버티다 보니 지수는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종목 별로는 폭락한 주식이 정말 많습니다.

여기에 전날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애플은 시장 안전판 역할을 했습니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에 25% 증가한 이익을 발표했죠. 특히 팀 쿡 CEO는 "거의 전 제품군에서 공급망 이슈를 겪었다"라면서도 앞으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등은 애플의 목표주가는 210달러로 높였고, 이날 주가는 6.98% 폭등했습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기술업종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강력한 실적과 쿡 CEO의 공급망에 대한 긍정적 발언은 기술업종 전체에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아침 발표된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1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5.8%, 근원 수치는 4.9% 올랐습니다. 각각 1982, 1983년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예상과 같았고, 근원 수치는 0.1%포인트 높았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각각 0.4%, 0.5% 상승해 월가 예상과 같았습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PCE 물가가 2월이나 3월 5.2~5.4% 수준에서 정점을 찍는 경로에 있다"라면서 "이후에는 꽤 빠르게 떨어질 것이고 초가을께 3%대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시장이 주목한 건 4분기 고용비용지수(ECI)였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2월 기자회견에서 ECI가 높아진 게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에 영향을 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ECI는 4분기 1% 상승해서 전분기(1.3% 증가)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고, 월가 예상(1.2%)보다 낮았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4.0% 올라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지만 시장은 상승세 둔화에 약간 안도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금리 전략가는 "파월 의장이 자신이 비둘기에서 매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 ECI가 둔화했다. 약간의 둔화는 Fed의 3월 금리 인상 계획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올해 다섯 번 이상 금리 인상을 점치는 시장의 예상을 좀 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는 "ECI 둔화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다. 한 분기 수치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앞으로 임금 증가율이 다시 극적으로 상승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FOMC를 공격적 긴축으로 몰던 압력은 완화되고 월가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미 국채 2년물 금리에 곧바로 영향을 줬습니다. 발표 전 1.236%까지 치솟았던 2년물 수익률은 지수가 나오자 1.16%로 하락했습니다. 2년물은 기준금리 움직임을 가장 잘 반영하는 시장 금리입니다.
이날 발표된 1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확정치는 67.2로 나와 전달(70.6)보다 하락했습니다. 월가 예상치 68.5보다 낮았습니다.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실질소득의 하락"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함께 조사된 단기(12개월)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4.9%(전월 4.8%), 장기(5년) 기대치는 3.1%로 전월(2.9%)보다 모두 높았습니다. 단기는 높지만, 장기 기대치는 여전히 Fed 목표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머무는 겁니다. 그레고리 다코 언스트영 이코노미스트는 "일정 범위에 묶여있는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물가의 나선 소용돌이(spiral)는 아직 생기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조금씩 정점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변화가 느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애틀랜타연방은행이 집계하는 '끈적끈적한 소비자물가(Sticky-Price CPI)는 전년 대비 3.7% 수준"이라며 "여전히 팬데믹이 끝나고 공급망 혼란이 수습되면 물가는 내려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월가 곳곳에서는 바닥론이 나왔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약세장이라기보다는 바닥인 것 같다'(More like a bottom than a bear)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1월의 하락은 새로운 약세장의 시작이 아니라 붐비는 포지션에서 벗어나려는 고통스러운 움직임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이 무차별적으로 주식을 매도한 게 아니라,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좋지 않은 가장 과대평가되고 성과가 저조한 주식들을 매각하는 데 따른 내림세였다는 겁니다. 네드데이비스의 팀 헤이스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극단적 비관론으로 과매도된 주요 주식 벤치마크는 이번 주 월요일 장중 최저치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새로운 랠리를 뒷받침할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의 각종 심리 지표(Top Watch, Bear Watch, momentum indicator 등)는 아직 약세장을 가리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네드데이비스는 지난 18일 미국 주식에 대한 전망을 강세에서 중립으로 낮췄었습니다. 15개월간 유지하던 강세 전망을 바꾼 겁니다. 채권 금리가 충분히 주식 밸류에이션을 압박하기 시작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만 네드데이비스는 당시 "완전히 약세로 시각을 바꾼 것은 아니다. 여전히 올해 S&P500 지수는 5~7% 수준의 플러스 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며, 채권보다 주식이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은 유지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22일 인터뷰를 했던 네드데이비스의 에드 클리솔드 미국 주식 전략가도 "Fed와 경기, 바이러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반기에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 시장은 상반기 약세를 보였다가 하반기에 강세를 보이는 역사적 경향이 있다. 내년에 약 7% 상승할 것으로 보지만, 그런 상승은 연말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도 팟캐스트에서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모두가 두려워하거나 현재 약세장을 부르짖는 이들이 표현하고 있는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약세장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많은 이들은 이런 갑작스러운 폭락이 발생하면 더 갈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투자자 심리와 포지셔닝, 시장 흐름은 지난 몇 년 중에 가장 약한 수준이지만 그 추세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균형이 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시장은 이 정도 수준의 S&P500에서 더 적절한 멀티풀(배수)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기업 이익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은 기술적 분석을 통해 S&P500 지수가 4327 부근에서 반등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우리는 낙관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은 4주에 걸쳐 잔인한 조정을 견뎌냈고 지난 월요일 저점은 지켜낼 수 있었다. 현재 주식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주요 지수는 지속해서 반등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나스닥은 오후 12시께 2% 넘게 올랐지만, 오후 2시가 넘자 다시 상승 폭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2시 30분께부터는 폭발적 상승세가 나타났습니다. 결국, 다우는 1.65%, S&P500은 2.43%, 나스닥은 3.13% 급증한 채 거래를 끝냈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하루 수익률입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결국, 다우는 이번 주 1.3% 상승해 4주 만에 처음 플러스 주간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S&P500 지수는 0.8% 올랐고, 나스닥은 주간으로 보합이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느 정도 반등할 타이밍이었다"라면서 "하지만 여전히 투자 심리는 불안하고 신뢰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날을 포함해 매일 S&P500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오락가락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원래 Fed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시기에는 한동안 불안할 시기가 이어진다"라며 "3월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도 Fed가 강한 긴축을 나설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Fed는 거의 '인플레이션 곡선 뒤에 심각하게 뒤처져 있다는 점을 거의 인정했다"라면서 올해 3월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는 네 차례 올릴 것으로 봤습니다. BofA의 에단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것이 제롬 파월 의장이 밝힌 '민첩해야 한다'(nimble)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은 겸손해야 하지만 조금은 민첩해야 한다"(We are going to have to be humble but a bit nimble)고 말했었습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5회 인상될 가능성에 가장 많은 베팅을 하고 있습니다. BofA는 "시장은 지난 두 번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될 때 Fed의 인상을 저평가했고, 다시 그러리라 생각한다"라면서 "경주에서 뒤처지면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BofA는 내년에도 다섯 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려 2023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2.75~3.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JP모간도 이날 Fed의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네 번에서 다섯 번으로 높였습니다. 마이클 페롤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은 '시장이 분기별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 않도록' 설득하려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다만 2023년 인상 횟수는 네 번에서 세 번으로 줄였습니다.
FOMC 이후 도이치뱅크는 5회, BNP파리바는 6회를 예상합니다. 골드만삭스는 네 차례 인상 예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곱 차례 올릴 위험도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심지어 Fed 내의 가장 '비둘기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12월 점도표에서 제시한 세 차례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견제하기에 충분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금리 전략가는 "Fed가 기준금리를 몇 회나 올릴까 하는 게 경쟁적 스포츠가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1980년대 이후 이렇게 재미있는 시절은 없었다"라며 냉소적으로 말했습니다.

이는 이코노미스트들에게는 재미있는 스포츠일 수도 있지만, 투자자에게는 불확실성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알파벳, 아마존, 엑슨모빌, GM, 포드 등의 실적 발표가 이어집니다. 경제 지표 중에는 오는 4일 발표될 1월 고용보고서가 중요합니다. 오미크론 영향으로 신규 일자리가 감소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