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전국 최대 5일장인데"…설대목 실종된 모란5일장

코로나로 휴장 거듭하며 상권 쇠락…'골목형 상점가' 활로 모색
"명색이 전국 최대 규모의 민속5일장인데 설 대목인지 분간이 안 가네요. 손님들도 장터를 구경할 뿐이지 물건은 잘 안 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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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첫날인 29일 정오께 찾아간 경기 성남시 모란민속5일장은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 분위기가 묻어났지만, 대목장으로 부르기에는 부족했다.

상인회에서 내건 '고객 감사 사은품 증정' 현수막 아래 출입구 2곳에서는 발열 체크를 마친 방문객들이 밝은 모습으로 장보기에 나섰다. 설 제수용품 점포를 중심으로 4∼5명씩 줄을 서며 북적댔고 일부 점포에서는 "좀 깎아달라"며 흥정을 하는 정겨운 모습도 보였다.

주차 단속과 함께 발열 체크를 안내하는 경비용업업체 김모(20대)씨는 "최근 몇 개월 새 가장 많은 인원인데 주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했다.

12살 아들과 함께 호떡 가게를 찾은 베트남 출신의 장채희(46)씨는 "한국에 온 지 17년이 됐는데 베트남 시골장 같은 모란장 구경하기가 너무 좋다"며 "대형마트보다 가격도 싸서 과일과 야채를 많이 샀다"며 들뜬 표정이었다. 하지만 제수용품을 제외한 공산품 등을 파는 상당수 점포는 찾는 손님이 뜸해 영하의 날씨 속에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선경만물 박종복(72)씨는 "모란장에서만 40년을 장사했는데 코로나 사태와 불경기로 요즘은 매상이 과거의 절반 수준이다"며 "단골들을 생각해서 점포를 열고 있다"고 했다
건어물을 파는 이모(50대)씨는 "모란장에서 16년간 건어물을 취급하고 있는데 설 연휴를 앞두고도 장사가 안된다.

평소의 3분의 1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10여 분간 지켜본 이씨의 점포에서는 미역 줄기 3천원어치를 파는 데 그쳤다.
유점수 모란민속5일장 상인회장은 "인파가 몰렸던 과거 대목장보다 30∼40%가량 손님들 줄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장했던 때에 비하면 감지덕지"라며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경기도 회복돼 손님들이 많이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란민속5일장은 8천898㎡ 규모로 중원구 성남동 4929 일원 여수공공주택지구 내 공용주차장에서 끝자리가 4와 9인 날에 열리며 점포 수는 모두 515개다.

평일 6만명, 휴일엔 10만명까지 찾는 전국 최대 규모지만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2월 24일부터 지난해 8월 24일까지 모두 34차례 휴장하며 방문객 수가 급감했다.

성남시는 지난해 모란민속5일장의 몰락을 막기 위해 점포마다 생활안전기금 1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특히 시는 지난 13일 모란민속5일장을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해 본격적으로 상권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민속5일장이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되기는 모란민속5일장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골목형 상점가는 '2천㎡ 이내의 면적에 30개 이상 점포가 밀집해 있는 구역'을 대상으로 지정하는데 공동시설 환경개선, 공동 마케팅, 상권 컨설팅, 온누리 상품권 지역화폐 가맹점 등록 등을 지원받고 국비 공모 사업에도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시 관계자는 "민속5일장 점포는 미등록이라 관련 법령에 따라 지자체의 지원이 쉽지 않았었다"며 "법적 지원이 가능한 골목형 상점가로 어렵게 지정한 만큼 국비 공모 사업에 응모하는 등 지원 방안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점수 모란민속5일장 회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점포들이 매출 타격을 감수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협조했었다"며 "골목형 상점가 지정이 모란민속5일장을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