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는 조상보다 신이 먼저 명절 차례상 받는다

문 앞 지키는 가택의 수호신 '문전신' 위한 제(祭)

제주를 흔히 '신들의 나라', '신들의 고향'이라고 일컫는다.
제주에 1만8천에 이르는 많은 신들이 있어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한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별칭에 걸맞게 제주는 설 명절도 산 자와 죽은 자만을 위한 날로만 보내지 않는다.

조상이 아닌 신을 위한 상을 따로 올려 제를 지내면서 신과 함께한다. 바로 문전제(門前祭)다.

문전신은 가택신 중 최상위 신으로 문 앞을 지키며 집 안으로 들어오는 사악한 기운을 막아준다.

또 조상이 드나드는 길목을 관장하는 존재로, 옛 제주인은 조상을 모셔 제를 올리기에 앞서 문전신을 모셨다. 문전제는 따지고 보면 유교식 제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무속적 풍속과 유교적 제례 방식이 결합해 생긴 제주만의 풍습이다.

명절과 제사 때 본제를 지내기에 앞서 이뤄지는 문전제는 집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먼저 본상 옆에 문전상을 차린다. 본상에 올리는 제물을 종류별로 한 그릇씩 약식으로 올리면 된다.
본제 한 시간 전 문전상과 향로를 거실로 들고 나가 대문 쪽으로 향하도록 현관 앞에 놓는다.

제주가 향을 피우고 잔에 술을 부어 향 위로 오른쪽으로 3번 돌리고 문전상 위에 올린다.

본제와 달리 문전제는 제주 혼자 또는 제주와 집사 각 한 명만 두고 지내며 술도 한 번만 올린다.

이어 숟가락을 국에 적셔 밥에 꽂고, 젓가락은 나물 위에 올려놓는다.

술잔에 밥과 국, 모든 음식을 조금씩 떼서 넣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원위치에 내려놓는다.

제주는 이 과정에서 2번씩 3차례 절을 한다.

문전제가 끝나면 문전상에 올린 제물을 모두 조금씩 떼어 내 지붕이나 올레에 던지는 '고수레'를 하는데, 이는 조상을 따라온 벗이나 잡귀를 대접하기 위함이다.

이는 문전신이 문 앞을 지키고 있어 조상만 집 안으로 들어와 차려진 제사상을 먹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생긴 풍습이다.

이때 제사상에 올린 제물 중 빠뜨린 것 없이 고수레했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잡귀들이 다시 저승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상에게 제사상에 올려진 제물 종류를 물어보고,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빼먹은 제물이 있으면 조상을 타박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가 내려오기도 한다.

고수레는 부엌을 관장하는 문전신의 어머니인 조왕신에게도 행한다.

이때는 여자가 부엌으로 옮겨진 문전상의 제물을 떼어 솥단지 위로 던진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