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진바닥 vs 데드캣바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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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첫날 뉴욕 증시는 사흘 연속 반등세를 이어갔습니다. 강보합(+0~0.1%) 수준으로 거래를 시작한 주요 지수는 보합권에서 움직이다가 오후 들자 상승세를 가속했습니다. 다우는 0.78%, S&P500은 0.69% 올랐고 나스닥은 0.75% 상승했습니다.
지수 상승 폭에서 보듯 격정적이던 지난 이틀과는 달리 장세는 좀 차분해졌습니다. 1월 말 하루 백몇십 포인트씩 요동치던 S&P500 지수는 이날 60포인트 범위에서 움직였습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도 22로 작년 내내 움직였던 17~25 범위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편안하지만은 않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31일 S&P500 지수가 1.9%나 폭등하면서 이틀째 반등세를 이어갔지만, 세계 최대의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500 ETF에서는 투자자들이 69억6000만 달러를 환매해서 하루 환매액으로는 4년 만에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갑작스러운 반등에 지금이 진바닥인지 아니면 '데드캣바운스'(하락하는 동안 잠깐 반등하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많은 셈입니다.
강력한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지난주 24일 저점(4222)이 지켜진 뒤 시장은 지난 이틀간 급반등했습니다. 한때 최고점에서 18% 내렸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저점에서 8.5%나 올랐습니다. S&P500 지수도 지난달 하락 폭의 50%를 되돌려 다시 4530선을 되찾았습니다. 한동안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지난해 9월 2일 고점 수준까지 다시 돌아간 겁니다. 이 선은 또다시 저항선이 될 수 있습니다.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적 태도에도 지난 24일 저점이 지켜졌다는 점에서 확실한 단기 바닥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문제는 일반적으로 재무가 좋지 않아 폭락했던 주식들이 이틀간 평균적으로 10%씩 오르면서 상승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술주 바스켓의 주식들이 지난 이틀간 13.6% 급등했습니다. 이는 사상 두 번째 기록입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진바닥 여부를 궁금해하다 보니 바닥과 관련된 여러 주장이 나옵니다.
퀀트트렌드인베스트먼트는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때부터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15년 브렉시트, 2020년 팬데믹 등 별 걸 다 거쳤지만 지난 25년간 S&P500 지수 수익률은 876%에 달했다. 계속해서 투자하라"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컴파운드캐피털의 찰리 비엘로 설립자는 "닷컴버블 붕괴 때인 2000~2002년 사이에 여러 번의 큰 폭의 반등이 여러 차례 있었다"라면서 "나스닥 100지수(인베스코 QQQ)를 기준으로 저점에서 50% 반등한 적이 있지만, 직후 83% 추가 하락했고, 또다시 53.5% 반등했으나 그것도 데드캣바운스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도 나타났죠. 1929년 10월 30일에는 이틀간 주가가 23% 급락한 여파로 12%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3년간 89% 추가 폭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월 말 반등은 사실 지난 28일 아침부터 금리가 안정되면서 시작됐다"라고 말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고점 연 1.87%를 찍고 내려오고, 2년물은 고점 1.22%를 찍고 하향 안정되자 주식의 랠리 강도가 커졌다는 겁니다. 이날 10년물은 1.79%, 2년물은 1.17%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는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이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이라는 점을 가리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시장은 Fed가 얼마나 긴축할지 보고 있고, 제롬 파월 의장은 들어오는 데이터(경제 지표)에 의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라며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언제쯤 둔화될 지, 그래서 기준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어느 정도 확신하기 전까지 '진바닥 논란'이 이어질 것 같다"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3월 FOMC에서 통화정책 방향이 지금보다 좀 더 뚜렷해져야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왜 이렇게 주가는 금리에 민감할까요. 결국 금리가 위험자산, 즉 주식 가격의 벤치마크이기 때문입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 현재 월가 금융사들은 올해 3~7회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7회로 가장 많고, 바클레이스 등은 3회를 예상합니다. 5회를 예상하는 곳이 골드만삭스, JP모간, 도이치뱅크, 씨티, 웰스파고 등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처럼 편차가 큰 것은 "데이터에 의존하겠다"라며 모든 가능성(회의 때마다 올리거나, 1회 50bp 인상)을 열어놓은 파월 의장의 발언 탓입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3~4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재정부양책 감소 및 재고 증가세 둔화로 인해 경기가 둔화할 것이고 △Fed는 하반기에 일부 금리 인상을 대차대조표 축소로 대체하려고 하고 있으며(에스더 조지, 제임스 불러드) △매우 완화적이던 금융 여건은 거의 중립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다면서 Fed가 금리를 많이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8일 기준금리 7회 인상 예상을 내놓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일부 투자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우리의 일곱 번 인상 예상이 일부 고객들에게는 굉장한 충격을 줬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도 급진적 예상이 아니다. 파월 의장이 분명히 했듯이 지난 금리 인상 사이클은 이번 사이클에 Fed가 뭘 할지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아니다"라는 해명성 보고서까지 내놓아야 했습니다.이처럼 시장 다수는 시간이 흐르면 노동력 부족이 개선되고, 공급망 혼란이 개선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면 Fed가 서너 차례만 올려도 되겠지요. 블랙록이 대표적입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보고서에서 "우리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궁극적으로 연말까지 2.5%에서 3.5% 범위로 되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원자재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른 수준에서 안정되고, 많은 물류 병목 현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화될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오미크론 변이 확산 탓에 이런 좋은 일들이 아직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날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7.6을 기록해 전달(58.8)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특히 시장이 가장 주목한 하부 지수중 가격 지수는 전월 68.2에서 76.1로 다시 크게 상승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이 지수가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는데, 예상과 달랐던 겁니다. 오전 10시에 이 지수가 나온 뒤 채권 금리는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지요. 미 노동부가 발표한 12월 채용공고(JOLTS)는 1090만 건으로 전월(1078만 건)보다 더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채용인원은 630만 명으로 전월보다 33만3000명 감소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좋지만, 여전히 구인난이 해소되고 있지 않은 겁니다. 이는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민간 이직률이 전달 3.4%에서 3.2%로 낮아진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ING는 "오미크론 파동이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만들고 움직임이 줄면서 이직에 대한 욕구가 제한되었을 것으로 의심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12월, 1월 데이터는 엉망입니다. 2월도 개선될 수는 있지만, 그리 좋지 않을 수 있고요.
사실 미국 경제와 Fed의 통화정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1월 노동부 고용보고서(신규고용)가 오는 4일 아침 발표됩니다. 이날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브라이언 디즈 위원장은 MSNBC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어 결근한 사람들이 실직자로 기록되기 때문에 수치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달 치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1월 인구조사에서 875만 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감염된 이를 돌봐야 하므로 결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월 대비 약 3배 수준입니다.
월가는 1월 신규고용이 15만 개 늘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2020년 말 이후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30만 개 감소를 주장하는 곳도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15만 개 감소를 예상합니다. 실업률은 3.9%로 변함이 없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런 데이터는 시장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겁니다.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이고, 그 영향이 사라지면서 개선될 게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나아질 텐데(얼마나 나아질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어쨌든 1, 2월 경제 지표는 나쁘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 대다수입니다. 미국이 침체가 아니라면 주식은 괜찮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는 88%의 기간 동안 성장했으며(12% 기간은 침체), 성장 기간 중 80%의 시간 동안 뉴욕 증시가 상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50bp(1bp=0.01%포인트) 인상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혀 오랜만에 시장이 반길만한 말을 했습니다.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반복된 접근 방식이 있고 이미 그렇게 할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은 총재도 50bp 인상할 필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3월 25bp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불러드와 하커는 모두 올해 FOMC 투표권자입니다.
이들의 발언은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Fed의 통화정책을 잘 반영하는 달러 가치는 ICE달러인덱스를 기준으로 이날 96.2까지 낮아졌습니다. 지난 28일 1월 FOMC가 끝난 뒤 상승 폭을 거의 다 되돌렸습니다.다만 불러드 총재는 시장이 반길 말만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올해 5회 금리 인상에 대해 다시 한번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두 번의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온건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특히 그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2분기에 시작하는 걸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이 이미 5~6월 발표를 예상하기 때문에 그리 큰 충격은 없었습니다.
맞습니다. 시장이 해결할 과제에는 금리 인상 말고도 대차대조표 축소가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조정이 주요 수단이 될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대차대조표 축소는 '백그라운드'에서 시행될 것으로 봤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Fed 의장이던 2017년 Fed는 대차대조표 감축을 시작했고, 옐런은 "대차대조표 축소가 '뒤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2016년 "자산이 너무 공격적으로 매각되면 금융 시장과 경제가 잠재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었습니다.
지금 대차대조표는 9조 달러에 육박해 2016년 당시보다 두 배 이상 큽니다. 또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은 더 짧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월 FOMC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2015년보다 실업률이 낮고 인플레이션은 높으므로 "훨씬 더 크고 상당한 양이 감축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파월은 Fed가 더 빠르고 더 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런데도 '백그라운드'에서 대차대조표 축소가 발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라면서 "지난번 경험을 고려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상황을 자세히 관찰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여러 뉴스가 많았습니다. 기업들의 4분기 어닝시즌은 기술기업 발표 본격화와 함께 약간 더 개선되는 분위기입니다. 알파벳은 장 마감 뒤 33% 늘어난 매출, 시장 예상(주당 27.35달러)을 훨씬 넘는 30.69달러의 주당이익(EPS)을 내놓았습니다. 또 20대 1 주식분할도 발표했습니다.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폭등하고 있습니다. AMD도 예상(76센트)을 뛰어넘는 92센트 EPS를 올렸습니다. 다만 스타벅스, 페이팔, 일렉트로닉아츠 등은 월가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민주당의 재정부양책 빌드백배터(BBB)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BBB 법안은 죽었다.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월가는 이미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낮은 통과 가능성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조정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지수 상승 폭에서 보듯 격정적이던 지난 이틀과는 달리 장세는 좀 차분해졌습니다. 1월 말 하루 백몇십 포인트씩 요동치던 S&P500 지수는 이날 60포인트 범위에서 움직였습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도 22로 작년 내내 움직였던 17~25 범위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편안하지만은 않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31일 S&P500 지수가 1.9%나 폭등하면서 이틀째 반등세를 이어갔지만, 세계 최대의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500 ETF에서는 투자자들이 69억6000만 달러를 환매해서 하루 환매액으로는 4년 만에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갑작스러운 반등에 지금이 진바닥인지 아니면 '데드캣바운스'(하락하는 동안 잠깐 반등하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많은 셈입니다.
강력한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지난주 24일 저점(4222)이 지켜진 뒤 시장은 지난 이틀간 급반등했습니다. 한때 최고점에서 18% 내렸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저점에서 8.5%나 올랐습니다. S&P500 지수도 지난달 하락 폭의 50%를 되돌려 다시 4530선을 되찾았습니다. 한동안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지난해 9월 2일 고점 수준까지 다시 돌아간 겁니다. 이 선은 또다시 저항선이 될 수 있습니다.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적 태도에도 지난 24일 저점이 지켜졌다는 점에서 확실한 단기 바닥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문제는 일반적으로 재무가 좋지 않아 폭락했던 주식들이 이틀간 평균적으로 10%씩 오르면서 상승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술주 바스켓의 주식들이 지난 이틀간 13.6% 급등했습니다. 이는 사상 두 번째 기록입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진바닥 여부를 궁금해하다 보니 바닥과 관련된 여러 주장이 나옵니다.
퀀트트렌드인베스트먼트는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때부터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15년 브렉시트, 2020년 팬데믹 등 별 걸 다 거쳤지만 지난 25년간 S&P500 지수 수익률은 876%에 달했다. 계속해서 투자하라"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컴파운드캐피털의 찰리 비엘로 설립자는 "닷컴버블 붕괴 때인 2000~2002년 사이에 여러 번의 큰 폭의 반등이 여러 차례 있었다"라면서 "나스닥 100지수(인베스코 QQQ)를 기준으로 저점에서 50% 반등한 적이 있지만, 직후 83% 추가 하락했고, 또다시 53.5% 반등했으나 그것도 데드캣바운스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도 나타났죠. 1929년 10월 30일에는 이틀간 주가가 23% 급락한 여파로 12%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3년간 89% 추가 폭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월 말 반등은 사실 지난 28일 아침부터 금리가 안정되면서 시작됐다"라고 말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고점 연 1.87%를 찍고 내려오고, 2년물은 고점 1.22%를 찍고 하향 안정되자 주식의 랠리 강도가 커졌다는 겁니다. 이날 10년물은 1.79%, 2년물은 1.17%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는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이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이라는 점을 가리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시장은 Fed가 얼마나 긴축할지 보고 있고, 제롬 파월 의장은 들어오는 데이터(경제 지표)에 의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라며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언제쯤 둔화될 지, 그래서 기준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어느 정도 확신하기 전까지 '진바닥 논란'이 이어질 것 같다"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3월 FOMC에서 통화정책 방향이 지금보다 좀 더 뚜렷해져야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왜 이렇게 주가는 금리에 민감할까요. 결국 금리가 위험자산, 즉 주식 가격의 벤치마크이기 때문입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 현재 월가 금융사들은 올해 3~7회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7회로 가장 많고, 바클레이스 등은 3회를 예상합니다. 5회를 예상하는 곳이 골드만삭스, JP모간, 도이치뱅크, 씨티, 웰스파고 등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처럼 편차가 큰 것은 "데이터에 의존하겠다"라며 모든 가능성(회의 때마다 올리거나, 1회 50bp 인상)을 열어놓은 파월 의장의 발언 탓입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3~4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재정부양책 감소 및 재고 증가세 둔화로 인해 경기가 둔화할 것이고 △Fed는 하반기에 일부 금리 인상을 대차대조표 축소로 대체하려고 하고 있으며(에스더 조지, 제임스 불러드) △매우 완화적이던 금융 여건은 거의 중립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다면서 Fed가 금리를 많이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8일 기준금리 7회 인상 예상을 내놓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일부 투자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우리의 일곱 번 인상 예상이 일부 고객들에게는 굉장한 충격을 줬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도 급진적 예상이 아니다. 파월 의장이 분명히 했듯이 지난 금리 인상 사이클은 이번 사이클에 Fed가 뭘 할지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아니다"라는 해명성 보고서까지 내놓아야 했습니다.이처럼 시장 다수는 시간이 흐르면 노동력 부족이 개선되고, 공급망 혼란이 개선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면 Fed가 서너 차례만 올려도 되겠지요. 블랙록이 대표적입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보고서에서 "우리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궁극적으로 연말까지 2.5%에서 3.5% 범위로 되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원자재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른 수준에서 안정되고, 많은 물류 병목 현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화될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오미크론 변이 확산 탓에 이런 좋은 일들이 아직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날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7.6을 기록해 전달(58.8)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특히 시장이 가장 주목한 하부 지수중 가격 지수는 전월 68.2에서 76.1로 다시 크게 상승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이 지수가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는데, 예상과 달랐던 겁니다. 오전 10시에 이 지수가 나온 뒤 채권 금리는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지요. 미 노동부가 발표한 12월 채용공고(JOLTS)는 1090만 건으로 전월(1078만 건)보다 더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채용인원은 630만 명으로 전월보다 33만3000명 감소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좋지만, 여전히 구인난이 해소되고 있지 않은 겁니다. 이는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민간 이직률이 전달 3.4%에서 3.2%로 낮아진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ING는 "오미크론 파동이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만들고 움직임이 줄면서 이직에 대한 욕구가 제한되었을 것으로 의심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12월, 1월 데이터는 엉망입니다. 2월도 개선될 수는 있지만, 그리 좋지 않을 수 있고요.
사실 미국 경제와 Fed의 통화정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1월 노동부 고용보고서(신규고용)가 오는 4일 아침 발표됩니다. 이날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브라이언 디즈 위원장은 MSNBC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어 결근한 사람들이 실직자로 기록되기 때문에 수치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달 치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1월 인구조사에서 875만 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감염된 이를 돌봐야 하므로 결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월 대비 약 3배 수준입니다.
월가는 1월 신규고용이 15만 개 늘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2020년 말 이후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30만 개 감소를 주장하는 곳도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15만 개 감소를 예상합니다. 실업률은 3.9%로 변함이 없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런 데이터는 시장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겁니다.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이고, 그 영향이 사라지면서 개선될 게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나아질 텐데(얼마나 나아질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어쨌든 1, 2월 경제 지표는 나쁘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 대다수입니다. 미국이 침체가 아니라면 주식은 괜찮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는 88%의 기간 동안 성장했으며(12% 기간은 침체), 성장 기간 중 80%의 시간 동안 뉴욕 증시가 상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50bp(1bp=0.01%포인트) 인상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혀 오랜만에 시장이 반길만한 말을 했습니다.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반복된 접근 방식이 있고 이미 그렇게 할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은 총재도 50bp 인상할 필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3월 25bp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불러드와 하커는 모두 올해 FOMC 투표권자입니다.
이들의 발언은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Fed의 통화정책을 잘 반영하는 달러 가치는 ICE달러인덱스를 기준으로 이날 96.2까지 낮아졌습니다. 지난 28일 1월 FOMC가 끝난 뒤 상승 폭을 거의 다 되돌렸습니다.다만 불러드 총재는 시장이 반길 말만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올해 5회 금리 인상에 대해 다시 한번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두 번의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온건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특히 그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2분기에 시작하는 걸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이 이미 5~6월 발표를 예상하기 때문에 그리 큰 충격은 없었습니다.
맞습니다. 시장이 해결할 과제에는 금리 인상 말고도 대차대조표 축소가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조정이 주요 수단이 될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대차대조표 축소는 '백그라운드'에서 시행될 것으로 봤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Fed 의장이던 2017년 Fed는 대차대조표 감축을 시작했고, 옐런은 "대차대조표 축소가 '뒤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2016년 "자산이 너무 공격적으로 매각되면 금융 시장과 경제가 잠재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었습니다.
지금 대차대조표는 9조 달러에 육박해 2016년 당시보다 두 배 이상 큽니다. 또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은 더 짧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월 FOMC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2015년보다 실업률이 낮고 인플레이션은 높으므로 "훨씬 더 크고 상당한 양이 감축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파월은 Fed가 더 빠르고 더 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런데도 '백그라운드'에서 대차대조표 축소가 발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라면서 "지난번 경험을 고려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상황을 자세히 관찰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여러 뉴스가 많았습니다. 기업들의 4분기 어닝시즌은 기술기업 발표 본격화와 함께 약간 더 개선되는 분위기입니다. 알파벳은 장 마감 뒤 33% 늘어난 매출, 시장 예상(주당 27.35달러)을 훨씬 넘는 30.69달러의 주당이익(EPS)을 내놓았습니다. 또 20대 1 주식분할도 발표했습니다.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폭등하고 있습니다. AMD도 예상(76센트)을 뛰어넘는 92센트 EPS를 올렸습니다. 다만 스타벅스, 페이팔, 일렉트로닉아츠 등은 월가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민주당의 재정부양책 빌드백배터(BBB)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BBB 법안은 죽었다.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월가는 이미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낮은 통과 가능성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조정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