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가치는 '공간'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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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투자자들이 건물을 살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무엇일까요.
건물이 대로변인지, 역과 가까운지, 가격이 적당한지(국내서 저렴한 건물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습니다), 매입하면 얼마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지 등등. 모두 중요한 부분이지만 최근 우선시되는 요소는 '누가 그 건물을 쓰고 있는지'입니다.
좋은 임차인은 건물의 가치도 높여줍니다. 공실이 높은 건물을 사서 예쁘게 리모델링을 한 뒤 우량 임차인을 확보하면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습니다. 일명 밸류에드(Value-Add) 전략이라고 하죠. 특히 MZ세대들이 환호하는 '핫'한 식음료(F&B) 매장들은 삼고초려를 하며 모셔오기도 합니다. 유동성도 높이고 건물 이미지도 바꿀 수 있는 좋은 시도인 셈이죠.
좋은 임차인을 찾아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밸류에드 전략은 또 한 단계 진화하고 있습니다. 아예 투자자가 직접 공간을 채우는 임차 브랜드를 만들어서 공간 매니지먼트를 하는 겁니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디벨로퍼들이 상업시설에 자체 브랜드 베이커리, 음식점, 카페 등을 넣는 사례가 속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컨셉트를 잡아 바꾸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곳도 있습니다. 도시문화기업 유니언플레이스는 지역 특성에 맞게 건물 개발 계획과 콘셉트를 설정하고, 계열 브랜드를 넣어 직영으로 운영합니다. 건물을 새롭게 바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운영으로 수익을 내는 장기 목표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건물을 매각하고 '끝'이 아니라 운영까지 직영 브랜드로 책임지다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한남동에 새롭게 문을 연 네 번째 복합문화공간 '유니언타운 한남'은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 물류기업 보림티엔엘과 함께 합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를 통해 유니언플레이스와 보림티엔엘이 공동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코람코자산운용, HDC자산운용 등과 함께 개발했던 '유니언타운 당산', '유니언타운 강남'과 같은 개발 방식입니다.
좋은 임차인으로 채워진 건물은 가치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유니언타운 당산점은 2018년 매입 당시 공실률이 60%에 달했습니다. 그 후 리모델링과 운영을 통해 공실률은 0%가 됐고, 건물 가치도 100억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유니언타운 강남점도 건물 매입 후 3개월만에 리모델링을 마친 뒤 영업을 시작해 감정평가금액이 반년 만에 100억원 가량 올랐습니다.그 동안 투자자와 수요자에게 외면당하던 건물이라도 새롭게 변신하면 가치가 더해지곤 합니다. 유니언타운 한남 건물은 지난 1년간 유령건물이었습니다. 가라오케, 오피스, 고시원 등으로 쓰였지만 대로변에서 이면도로로 들어와야 하는 위치, 주변 상권이 아무것도 없다는 단점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리모델링 후에는 오픈 전임에도 벌써부터 관심을 보인 이태원, 한남동의 힙스터들이 많다고 합니다. 피트니스 업핏에 속속 회원들이 가입하고 있고, 가오픈한 세르클은 빵 속에 마카롱을 넣은 '뺑카롱'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