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짝수 해 대형산불 '악몽'…코로나19·ASF까지 최악의 상황

강원 평년보다 높은 기온·적은 강수량도 악재…"징크스 없앤다"

강원 동해안에 내려진 건조특보가 도내 산지로 확대되면서 대형산불 발생 위험이 한층 커지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짝수 해인 올해는 강원 동해안의 '대형산불 징크스'와 맞물려 그 어느 해보다 우려가 크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장기화 사태에 더해 평년보다 기온은 높고 강수량은 적을 것이라는 봄철 기상관측 등 악재가 겹치면서 산림 관리 여건은 최악이다.
◇ 이·통장, 사회단체 등 1만7천492명 투입해 산불 감시 총력 대응
2일 강원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산불은 6건으로 1.66㏊의 산림이 소실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피해 면적은 0.49㏊ 줄었지만 발생 건수는 1건이 더 많다.

이에 도는 지난 1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를 '봄철 산불 조심 기간'으로 정하고 도내 183개 기관에서 산불방지대책본부 운영에 나섰다.

특히 산불 진화 주력 자원인 헬기를 올해는 총 30대 운영하는 등 산불 발생 시 초기 대응을 강화했다. 또 임차 헬기는 연중 발생하는 산불에 대비하고자 임차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한다.

무엇보다 산불 예방·감시에 마을 이·통장과 지역 사회단체 등 1만7천492명을 투입하고, 610곳의 감시시설과 245대의 감시카메라 등 장비를 총가동한다.

산불 발생 시에는 현장 통합지휘권자인 시장·군수의 현장 지휘로 초기에 산불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불법 소각 행위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과 과태료 부과로 산불 경각심을 높이고, 산불 가해자 검사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도내에서는 연평균 72건의 산불이나 축구장 면적(0.714㏊)의 772배가량에 달하는 551.35㏊의 산림 피해가 났다.

산불 원인은 입산자 실화 44.3%, 논·밭두렁 태우기 및 쓰레기 소각 14% 등으로 실화 및 취급 부주의로 인한 산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 1996·1998·2000·2004년 짝수 해 선거 때 여의도 96배 불타
강원도가 이처럼 산불 예방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는 것은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 유독 대형산불이 발생한 뼈아픈 징크스와 무관하지 않다.

1996년 4월 23∼25일 사흘간 발생한 고성 산불은 3천762ha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고 마을 주택 227채를 집어삼켜 200여명의 주민이 집을 잃었다.

그해 4월에는 제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던 1998년에는 강릉과 동해에서 산불이 나 각 301㏊와 256㏊를 태웠다.

2000년 4월 제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해에는 고성, 삼척, 경북 울진까지 백두대간 2만3천913㏊가 초토화됐다.

여의도(290㏊)의 79.8배나 되는 산림이 잿더미가 되는 초대형 산불로 기록됐다.

속초 청대산(180㏊)과 강릉 옥계(430㏊) 산불이 난 2004년에는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1996년부터 2004년 사이 대형산불로 잿더미가 된 산림만도 2만7천860㏊로 여의도의 96배에 이른다.

이어 10여 년간 잠잠하던 짝수·선거해 대형 산불의 악몽은 제7회 지방선거가 있던 2018년 2월과 3월 삼척과 고성에서 되살아나 각 161㏊와 356㏊의 산림을 태웠다.

다만 2019년 4월 4∼5일 강원 고성·속초, 강릉·동해, 인제 등지에서 2천832ha의 산림을 초토화한 초대형산불은 선거·짝수 해라는 징크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선거가 있는 짝수 해와 대형산불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지역의 관심이 온통 선거에 쏠리면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평년 대비 기온은 높고 강수량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봄철 기상 전망도 대형산불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요소다. 김경구 강원도 녹색국장은 "올해는 대선, 지선, 코로나19 장기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사회적 현안과 기후 변화 등 산림 관리 여건이 매우 불리란 상황"이라며 "그 어느 해 보다 산불 발생 위험이 크지만 민관군이 합심해 대형 산불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