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스타트업 키우려면 사회적 기반 조성돼야[VC View]

[한경 CFO Insight]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혁신 스타트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용어가 있다. 바로 '창조적 파괴'다. '창조'와 '파괴'라는 역설적인 단어가 혼합된 이 용어는 20세기의 대표적인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가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기술혁신을 통해 낡은 것을 파괴하고 도태시킨 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시키는 과정이 기업경제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스타트업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메타버스, 인공지능(AI), 핀테크, 조각 투자, 가상자산 등도 이러한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산업 분야들이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새로운 흐름들이 경제 전반의 성장과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프라 조성과 인재 육성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 관련 제도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하지만 스타트업계가 기대하는 규제 완화 및 제도 개선은 상대적으로 많이 느린 편이다. 기존 산업구조의 변화를 수반하면서 가져올 많은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 제도 도입은 이해 충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빌리티 분야에서 벌어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혁신은 언어적 유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실제 창조적인 생각을 하고, 제약없이 도전하고, 과감하게 미래를 치고 나가도록 열린 공간(open Sand-Box)을 과감히 만들어줄 때, 그런 사회에서 창조적 도전은 혁신적 결과로 연결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에서 벌어지는 혁신적 변화가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 최근 중국의 혁신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데서 실증적 사례를 볼 수 있다. 결국 기존 규제와 생각 속에서는 새로운 혁신은 나오기 어렵다.

최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뮤직카우도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뮤직카우는 아티스트들의 전유물이었던 저작권에 일반인들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고안했다.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은 저작권으로부터 발생되는 저작권료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권리로, 음악 창작 제작자가 자신의 수익 권리 플랫폼에 공개하면 누구나 해당 저작권에 투자해 매월 저작권료를 받거나 거래를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대표적인 무형 자산을 활용해 개인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구현한 건 뮤직카우가 세계 최초다. 새롭게 시도된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라는 새로운 대체 투자 모델로, 대중 및 VC 투자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뮤직카우의 음악저작권 온라인 플랫폼은 전 세계적에서 최초의 시도라는 데 의미가 있다. K-팝이 전 세계 음악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 다양한 음악이 만들어져야 K-팝이 성장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아티스트에게는 창작의 안정적 기반을 제공하고, 팬들에게는 음원 소유를 통한 직접 참여의 기회를, 새로운 투자상품을 찾는 MZ세대 투자자들에게는 저작권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 투자 플랫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사업모델은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되는 혁신적 플랫폼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뮤직카우는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검증한 뒤 일본, 동남아, 북미 등 글로벌 시장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른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동안 시도된 해외 성공 모델을 베낀 스타트업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작해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는 K-혁신의 대표적 첫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뮤직카우와 관련해 제도적으로 허가되지 않은 투자상품 이슈가 발생한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뮤직카우는 기본적으로 실제 이용자들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어 거래소의 형태를 띄고 있으나, 현재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은 음원 저작권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배분하는 채권적 권리로서 투자증권과는 다른 성격이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통신판매업 신고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부가통신사업 신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재 이슈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이용자들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문화와 금융이 접목된 혁신 플랫폼 서비스로 성장하려면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통해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 격언을 적용해 본다면, 전 세계 최초로 시도된 한국형 플랫폼 사업의 글로벌 전개를 위해, 우리 사회가 적극 수용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성장과 도전은 이제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과제를 넘어서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차세대 주역의 역할을 해야 하는 단계다. 정부와 우리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발상을 전환해 유망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메타(전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우수한 기술 경쟁력, 성장 잠재력이 있음에도 기존 제도의 틀에 갇혀 혁신 창출 및 개선의 효과가 제약되는 현재의 과제들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혁신 스타트업들이 1%의 작은 가능성에도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시적 관점의 접근이 절실히 요구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수용성 높은 가치평가, 시장 육성 및 제도적 지원을 힘입어 혁신적 아이디어와 사업모델을 보유한 새로운 산업군의 혁신 스타트업이 계속해서 나타나길 소망한다.

정리=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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