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된 D램값 조사업체

현장에서

박신영 산업부 기자
대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 1월 D램 PC용 범용제품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이 3.41달러로 전달보다 8.09% 하락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세계에서 D램 가격을 발표하는 곳은 이곳뿐이다. 평소 같으면 시장이 출렁거렸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투자자 사이에서 발표 내용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학습효과’가 생겼기 때문이다.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하는 PC용 D램의 시장 비중은 20%가량에 불과하다. 모바일용 D램이 50%로 가장 많다. 나머지는 서버용 D램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비중도 비슷한 수준이다.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하는 가격이 대표성을 지니기 힘들다는 분석이다.게다가 두 회사는 D램익스체인지에 가격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D램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두 업체가 가격 정보를 내놓지 않는데 얼마나 정확한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에선 그간 글로벌 투자은행(IB)조차 대만 업체의 발표 내용을 인용해 부정확한 시장 전망을 내놓는 것에 우려를 제기해왔다. 지난해 일부 증권사가 지난해 하반기 D램 가격 하락을 두고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금이 갔다.

D램은 기업 간 계약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가격을 조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도체 기업으로선 고정거래 가격을 공개하는 것은 매출 규모를 알리는 것과 다름없다. 고객사도 제조 원가와 직결되는 거래가격을 밝히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점유율 추이가 시장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지표”라며 “다만 대만 업체가 내놓는 가격정보에 투자자가 휘둘리지 않도록 국내 업체도 시장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