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급반등, 코스피에 '설선물' 될까

"1분기내 2700 회복"
韓 증시, 주요국 중 가장 저평가
쪼그라든 실적 전망치도 개선돼

본격 상승세는 '글쎄'
美 금리인상 땐 투심 위축 지속
"당분간 변동성 장세 이어질 것"
개인투자자에게 설 연휴 기간은 ‘안도’의 시간이었다. 국내 증시가 휴장하는 동안 미국 증시가 급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국내 증시 투자자는 설 연휴 이후 시장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됐다. 전문가들도 투자심리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시장 반등이 빅테크주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한 만큼 한국 시장이 기대만큼 오르진 못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다.

“코스피 2700 회복”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나스닥지수는 설 연휴가 이어진 3거래일(1월 28일~2월 1일)간 7.43%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지수(5.08%), 다우지수(3.64%),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8.22%)도 반등했다. 급격한 조정 이후 반발 매수세에 작년 4분기 호실적 기대가 겹치면서 반등장을 연출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시장 상승으로 코스피지수도 단기 반등이 나타날 전망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코스피지수도 3일 장부터 키 맞추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진 상황인 만큼 1분기 2700대까지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변동성은 계속 큰 상태를 유지하면서 개인투자자가 대응하기 어려운 ‘전문가의 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 반등론의 근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2배 수준으로 미국(20.8배)은 물론 전 세계 평균(17.5배), 신흥국 평균(12.4배)보다 낮다. PER로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주식시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조정장에서 외국인 순매도액이 컸다는 점도 단기 반등 기대를 높이고 있다. 외국인은 설 연휴 전 5거래일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3조955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기·SK이노베이션 ‘낙폭 과대’

지난 1월 코스피지수가 약했던 가장 큰 이유는 호재가 없다는 점이었다. 수급상 악재는 이어졌고, 실적 기대도 사그라들었다.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연말까지 낮아졌던 올해 유가증권시장 실적 전망치가 반등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56조1600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255조~260조원 박스권을 맴돌던 전망치는 연말 들어 25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체 이익은 돌아서지 못했지만 정보기술(IT) 제조업과 운송, 금융업종 실적이 오르면서 호텔레저, 유통, 미디어, 화장품 등 소비주의 실적 하락폭을 압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적 전망치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면 그동안 실적은 받쳐주지만 조정을 크게 받은 종목이 주목받을 수 있다. 삼성증권은 IT, 모빌리티, 중국 소비주 등을 반등 1순위 업종으로 꼽았다. IT 업종 내에서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이 실적이 받쳐주는데도 ‘억울하게 조정받은’ 종목으로 언급됐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종목 중 과대 낙폭주로 평가받았다. 중국 경기 부양책 효과가 이달 시장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다만 증시가 단기 반등을 넘어 본격 상승세로 들어설지는 다른 문제다. 3월 이후 미국의 장기 금리 인상 흐름이 이어지면 수급 환경은 나아지기 쉽지 않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하는 고(高)PER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계속 위축될 수 있다. 김도현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막연한 성장 스토리나 테마에 의존해 무작정 사 모으기보다는 시장 지배력과 수익성을 갖춘 종목을 살펴볼 때”라고 조언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