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투입해 유제품값 낮추겠다"

농식품부 '차등가격제 수정안'

유업계엔 가공유 20만t 반값공급
차액은 재정 보조…400억 추산

낙농가엔 흰우유 190만t 인정
올해 소득 1500억 증가 효과

낙농가 반발 커 수용 미지수
정부가 우유 가격 개편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낙농가와 유업계에 제시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흰우유를 제외한 다른 유제품 가격을 낮춰 보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하지만 낙농가가 정부의 수정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내 낙농가가 올해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유(原乳)는 195만t이다. 유업체 등에 판매하는 가격은 생산비에 연동해서 결정된다. 현재는 흰우유에 들어가는 원유든, 치즈나 버터 등 다른 유제품에 들어가는 원유든 관계없이 L당 1100원에 공급된다. 그 물량은 190만t 정도이며, 나머지는 L당 100원에 공급된다. 문제는 수입 원유 가격이 낮다는 데 있다. 특히 흰우유 외 제품에 쓰이는 원유값은 훨씬 낮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유업체들은 불만이 컸다.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유 가격 체계 개편을 도모해 왔다. 흰우유용 원유의 공급가는 그대로 두되, 다른 유제품용 가공유 가격은 낮추자는 것이 골자다. 흰우유용 원유는 L당 1100원, 가공유는 L당 800원을 제시했다. L당 1100원이 책정되는 물량은 187만t으로 하자는 것이 정부 방안이었다. 이에 낙농가가 반발하자 이번에 수정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기존 생산량 190만t의 판매가는 L당 1100원을 유지하는 안을 마련했다. 대신 낙농가가 총 210만t을 생산하면 이 중 190만t을 초과하는 20만t에 대해선 L당 800원에 유업체에 가공유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800원 중 600원을 유업체가 부담하고, 200원은 정부가 댄다. 정부가 투입하는 예산은 연간 400억원가량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제도를 유지할 경우 낙농가는 연간 2조950억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지만 수정안이 적용되면 2조2500억원의 소득이 가능하다”고 했다.농식품부는 이와 함께 공공기관 지정 무산으로 개편이 어려워진 낙농진흥회 이사회 구성 변경안은 정부 방침을 수용해줄 것을 낙농가에 호소했다. 정부는 현재 생산자 7인 등 15명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이사회에 정부, 학계, 소비자 대표를 충원해 23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생산자 의견이 무력화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원유 구매 물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엔 생산자와 유업체 등이 참여하는 소위원회에서 결정한 내용을 이사회에서 확정하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낙농가들은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낙농육우협회는 “사료값이 올라 L당 800원에 원유를 공급할 수 없다”며 “우유 납품 거부 등 생존권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유 가격 체계 개편은 당사자인 낙농가와 유업체의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생산자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