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일 대륙붕 협정 종료, 대응전략 시급하다

"2025년부터 협정 종료 가능해져
日, 독점소유권 관철 나설 가능성
한·중·일 각축 치밀하게 대비해야"

박희권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면적 약 8만㎢) 문제는 차기 정부의 주요 외교과제가 될 것이다. 현행 공동개발 협정은 50년간 효력을 가지므로 2028년 6월 21일까지 유효하다. 그러나 만료 3년 전인 2025년 일본이 종료의사를 통고해 오면 통고 즉시 대륙붕 경계를 둘러싼 한·중·일 3국의 치열한 해양 각축전이 전개될 것이다.

1968년 유엔극동경제위원회(ECAFE)는 에머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동중국해 해저에 다량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가 기폭제가 돼 연안국들은 대륙붕 광구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1970년 1월 1일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공포·시행했고 그해 5월 30일 시행령을 제정해 7개의 해저광구를 설정했다. 그중에서도 제주도 남부에 설정된 제7광구는 육지영토의 자연연장에 근거해 동중국해의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에 의해 단절된 부분까지를 포함해 마라도에서 약 280해리에 이르는 해역을 범위로 했다. 이는 일본이 주장하는 대륙붕과 중복됐다. 일본은 동중국해의 대륙붕이 단일대륙붕으로서 1958년 대륙붕 협약에 따라 대향국 간 중간선 원칙에 따라 경계선을 획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첨예한 입장 차이를 극복하고 공동개발에 합의하게 된 촉매제는 바로 1969년 북해대륙붕 사건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내린 판결이었다. ICJ는 대륙붕 협약이 규정한 등거리선 원칙이 관습국제법에 해당하지 않으며, 대륙붕은 육지의 자연적 연장이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판결은 한국의 입장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일본으로 하여금 불리한 해양법 여건하에서 관할권의 경합에 따른 무개발보다는 공동개발이 실리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공동개발에 합의하도록 이끌었다. 국제법의 발전 방향을 협상전략에 활용한 한국 외교의 쾌거였다.

1978년 협정 발효 이후 성적표는 실로 초라하다. 일본의 소극적·미온적 태도로 인해 협정 이행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일본은 왜 소극적 입장으로 선회했을까?

무엇보다도 해양법의 변화를 들 수 있다. 1969년 ICJ 판결은 점차 힘을 잃었고 대신 폭이 400해리 미만인 해역에서 경계획정은 중간선 원칙에 따른다는 방향으로 해양법이 발전했다. 예컨대, 1985년 리비아-몰타 사건에서 ICJ는 200해리 이내 대륙붕에 대해 육지영토의 자연연장 개념을 명시적으로 배척했다.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은 배타적경제수역(EEZ) 개념을 도입해 200해리 이내의 해저와 하층토에서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를 인정했다. 일본은 변화된 해양법을 기초로 협정 만료 후 제7광구 대부분의 해역에서 독점적 소유권을 관철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수차례 대륙붕경계획정 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필자에게 일본 대표는 이런 의도를 내비친 적도 있다.2025년 일본이 종료의사를 통고해 올 경우 연안국 간 대륙붕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포스트-2028’ 체제가 반드시 일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한·일 공동개발에 대해 이의제기를 한 바 있으므로 협정만료는 중국의 참여를 야기해 한·중·일 3국 간 해양각축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해양경계획정의 어려움과 한·중·일 3국 간 분쟁가능성을 감안할 때 한국으로서는 현 공동개발 체제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일본과의 관계개선과 함께 효과적인 개발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일본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해 나가야 한다. 일본의 지속적인 불이행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제법상의 근거를 축적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2028년 협정만료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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