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알파벳이 살린 시장, 페이팔은 망쳤다…메타는?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나흘째 반등세를 이어갔습니다. 다우는 0.6%, S&P500 지수는 0.9% 올랐고 나스닥은 0.5% 상승했습니다. 이날도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 폭이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시장 내부를 살펴보면 지난 며칠과는 좀 달랐습니다.
지난 1월 28~2월 1일 사흘간은 대부분 종목이 반등하는 가운데 작년 하반기부터 폭락했던 '고평가' 기술주들이 가장 많이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이날은 전통의 빅테크 'FAANG'이 약진했습니다. 반면 고평가 기술주들은 힘을 잃었습니다.이런 양상은 전날 장 마감 뒤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비롯됐습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블록버스터급 4분기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날 주가는 8% 넘게 올랐습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2% 증가했고, 30.69달러에 달하는 주당순이익(EPS)은 시장 예상 27.35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특히 지난해 연간 매출은 2570억 달러, 순이익은 760억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1년 전인 2020년 1820억 달러, 400억 달러보다 각각 41%, 90% 폭증한 겁니다. 인건비 상승 등 인플레이션 속에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1%에 달해 2020년 23%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습니다. 애플도 4분기에 43.8%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팬데믹이 끝나도, 금리가 올라도, 경기가 둔화하여도 지속해서 좋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최근 주가 하락으로 빅테크주의 매력이 커졌습니다. 알파벳의 경우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반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23.9배로 5년 평균(25.6배), 5년 최고치(32.9배)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습니다. MKM파트너스의 로히트 쿨카르니는 CNBC 인터뷰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기술주 중에서 가장 회복력이 뛰어나고 수익성이 높다"라며 "이런 수준의 높은 이익을 얻는다면 (금리 상승에 따라) 할인됐던 밸류에이션도 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핀테크의 선두주자로 급등했던 페이팔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향후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았습니다. 4분기 EPS는 월가 예상보다 1센트 밑돌았지만, 문제는 향후 실적 전망이었습니다. 1분기 회사 측이 제시한 EPS는 87센트로 컨센서스 1.17달러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2022년 연간 EPS는 4.75달러로 제시해서 월가 추정 5.23달러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페이팔은 올해 총 지불액 증가율이 19~22%, 매출은 15~17%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2022년 지불액이 33% 증가한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절반으로 꺾이는 겁니다. 게다가 가이던스를 낮춘 게 이번이 두 번 연속입니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날 페이팔은 24.5% 추락했습니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내림세는 페이팔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블록(옛 스퀘어), 어펌, 소파이 등 핀테크 주식들도 급락했습니다. 페이팔의 나쁜 실적 전망이 관련 회사 이베이 실적 전망 악화에 따른 게 아니냐는 관측에 따라 이베이와 쇼피파이, 엣시 등 전자상거래 주식도 크게 내렸습니다. 또 블록과 관련된 트위터, 그리고 같은 소셜미디어 주식인 핀터레스트, 스냅 등도 주가가 많이 하락했습니다. 여기엔 오미크론 변이를 마지막으로 팬데믹 시대가 마무리되면서 생활이 정상화될 것이란 관측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들은 모두 지난 2년간 팬데믹 시대 수혜주입니다.
FAANG 주식 중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소셜미디어 주식입니다. 아마존의 경우 이날 약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경제 정상화 트레이드가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메타의 경우 핵심 수익원이 광고라는 점에서 수익이 알파벳과 비슷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소셜미디어 주식과 달리 정규장에서 1.25%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장 마감 뒤 발표한 실적은 엉망이었습니다. EPS는 3.67달러로 예상치 3.84달러를 밑돌았고 일일 활성 사용자는 19억3000만 명으로 예상 19억5000만 명보다 적었고 월간 활성 사용자 역시 29억1000만 명으로 예상 29억5000만 명을 밑돌았습니다. 수익성이 높은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사용자가 감소했습니다. 회사 측의 실적 가이던스도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회사 측은 1분기 매출이 270억~29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월가 전망치 301억5000만 달러보다 낮은 겁니다. 이에 시간 외에서 20%가 넘게 폭락하고 있습니다. 메타는 과연 내일 장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FAANG 같은 큰 주식이 장을 주도하다 보니 이날 주요 지수는 크게 올랐지만, 주식 수로 따지면 내린 주식이 오른 주식보다 더 많았습니다. 나스닥의 경우 1751개 주식이 올랐고 3144개 주식이 내렸습니다. 빅테크와 이들 고평가 기술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지금 현재 현금을 창출하는 능력입니다. SYZ프라이빗뱅킹의 루크 필립 투자 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초점은 분명히 수익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빅테크 기업에서 강력한 결과를 봤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장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실제 돈을 버는지 보여주는 기업의 주식만 매수하는 장세라는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며칠간 아크 펀드 관련 주식들이 다시 급등했는데 이날은 급락했다"라며 "고평가 기술주에 대해서는 모멘텀 투자만 있을 뿐이지 투자자들의 확신은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필립 책임자는 "(지금은 이익에 관심이 크지만) 어느 시점에서 투자자 관심은 다시 거시경제 데이터와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으로 이동할 것이다. 우리는 이 두 지점 사이를 왔다 갔다 할 것이고 이는 금융시장에서 더 많은 변동성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기술주를 상당폭 줄여놓았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1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서 기술주에 대한 자산 배분은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프라임브로커 데이터에서 헤지펀드들은 기술주 포지션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여놓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을 추적하는 가장 큰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베스코 QQQ(QQQ)는 1월에 60억 달러가 순유출됐습니다. 20년 만에 최대 월간 인출액입니다. 여전히 월가에서는 Fed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기술주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그리고 제롬 파월 의장은 데이터(경제 지표)에 의존해 통화정책을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요즘 이 데이터는 엉망입니다. 이날 개장 전 발표된 민간고용정보업체 ADP의 1월 민간고용은 전월보다 30만1000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오미크론 변이 재확산 충격으로 월가 예상치 20만~25만 개 증가를 크게 밑돈 겁니다. 이는 2020년 12월 고용 회복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감소한 겁니다. 또 작년 12월 수치도 80만7000개 증가에서 77만6000개 증가로 수정됐습니다. 서비스 업종에서 15만 개 일자리가 줄어들어 가장 많이 줄었고, 모든 산업에서 고용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오미크론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보다 더 컸다는 뜻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해고한 게 아니다. 미국 기업들은 일주일 이상 결근하면 주급을 주지 않으며 이는 해고된 것으로 간주한다"라며 "그래서 한 달 새 30만 개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고, 이는 오미크론 감염자가 그렇게 많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ADP 수치를 본 월가는 오는 4일 발표될 노동부의 1월 고용보고서(신규고용)도 예상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객메모에서 "ADP 고용을 보면 1월 고용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일시적으로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우리는 1월 신규고용이 25만 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우리가 예측해온 20만 개 감소보다 더 큰 하락세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는 시장에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오미크론 파동은 이미 정점에 이르렀고 감염자 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기업들은 1000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용 감소와 성장에 대한 부담은 일시적일 것입니다. 파월 의장도 이미 "노동 시장이 빡빡하고 최대 고용에 가깝다"라면서 "오미크론 관련 경제 둔화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채권 금리는 ADP 수치가 발표된 오전 8시 15분 직후 잠깐 급락했지만 금세 다시 올라갔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긴 것입니다. 다만 오후에 다시 하락해 미 채권 10년물 금리는 전날 연 1.799%에서 이날 1.765%로 떨어진 채 마감됐습니다. 이날 재무부에서 2월15일부터 3개월간 분기별 미 국채 발행 계획을 공개했는데, 발행량을 전 분기보다 1110억 달러 줄이기로 한 탓입니다. 팬데믹 종료 및 재정부양책 감소로 채권을 찍을 필요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Fed가 오는 3월까지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끝내고 올해 중반부터 대차대조표 감축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주간 발행량을 1100억 달러로 줄입니다. 지난 11~올 1월까지 1200억 달러씩 내놓았습니다.
1월 들어 경제 지표들은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등 줄줄이 월가 예상을 밑돌았지만, 시장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 주는 다릅니다. 오는 10일 아침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됩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수치가 7.2%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달의 7.0%에서 더 올라가는 겁니다.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해 전월(0.6% 상승)보다는 둔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감이 있습니다. 유가가 우선 많이 올랐습니다. 이날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3월에도 하루 40만 배럴 증산(감산 축소)를 결정하면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전장 대비 0.06달러(0.07%) 상승한 배럴당 88.26달러에 마감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 상승률은 13.91%, 지난 1년간 상승률은 57.16%에 달합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가능성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군 3000명의 동유럽 추가 배치를 공식 승인했습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는 유가 낮추기에 필사적입니다. 이날 OPEC+ 결정에도 막대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협상 중인 이란 핵협정 타결은 이제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는 말이 미 국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란 핵협정이 타결되면 유가가 15%까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끈적끈적한 물가 상승요인은 주거비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레드핀에 따르면 미국에 등록된 평균 월세는 12월에 전년 대비 14% 이상 상승한 1877달러까지 올랐습니다. 특히 텍사스 오스틴과 플로리다 마이애미를 포함한 많은 주요 도시에서 임대료가 30% 이상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날 아침 나온 유럽의 1월 CPI도 예상보다 훨씬 높은 5.1%로 집계됐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 주 통화정책결정위원회에서 약간의 압력을 받을 것입니다.
바이탈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이날 아침 "이제 랠리의 마지막 구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공격적 추격 매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미 지난주 24일 저점에서 10%가량 올랐다. S&P500 지수가 4500을 넘었는데 이는 다시 멀티플 20배 수준이다. 알다시피, 알파벳의 실적은 매우 좋았다. 알파벳은 일반적 기업이 아니라 아주 예외적인 회사다. 일반적인 기업인 스타벅스는 꽤 실망스러운 실적을 냈다. 다음 주 목요일인 2월 10일에 CPI가 발표되면 다시 아래쪽으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지난 월요일의 저점(4222)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통화 및 재정부양책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바로 다시 사상 최고치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