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누구?…대선 후보 첫 4자토론 관전포인트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처음으로 TV 토론에서 맞붙습니다. 후보 4명 모두 TV 토론이 열리는 이날 공식일정을 자제하고 토론 준비에 집중할 정도로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첫 TV 토론이니만큼 관전포인트를 짚어봤습니다.

①李 '이미지 반전' 꾀할까

민주당 선대위는 내부적으로 이 후보가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강하고 저돌적인 이미지'를 '중화'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가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머리를 어둡게 염색하고, 둥근 안경을 착용하는 것은 이러한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이 후보는 전날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와의 양자토론에서 진중한 모습을 나타냈는데요. 목소리 톤을 낮춰 안정감을 드러낸다거나 상대 후보의 말을 경청하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는 첫 TV 토론에서 '안정감 있는 후보'의 면모를 보이려고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누가 더 일을 잘할 후보인지 누가 더 정책적으로 준비된 후보인지 보여주겠다는 목적"이라며 "시종일관 여유 있게, 안정감 있게 정책 능력을, 준비된 이재명임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후보가 민주당의 전략대로 '준비', '안정', '여유' 등의 이미지를 토론에서 보인다고 해도, 이런 이미지가 국민에게 호소력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추진력, 저돌성 등 이 후보가 지금까지 보여준 강점을 애써 자제한 채 이에 반대되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게 좋은 전략인지는 미지수입니다. 자칫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뉴스1

②尹은 말실수 줄일까

윤 후보의 최대 리스크는 '말실수'입니다. 윤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1일 1실수'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는데요.

윤 후보는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부정식품도 없는 사람은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가 대구에서 시작됐기에 잡혔지 다른 지역이었으면 질서 있는 처치가 안 되고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 등의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가는 말이지만, 압축적인 메시지를 요구하는 정치 환경 탓에 논란 발언만 부각돼 상대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 후보는 이런 윤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랜 정치 경험이 자산인 이 후보와 비교하면 윤 후보의 순발력은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요. 특히 정책 분야에서 이 후보의 노련한 공세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할 경우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 후보는 질문을 통해 윤 후보를 당황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쓴 전략이 '질문하기'입니다. 박 후보는 현장에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쏟아내면서 오 후보를 몰아붙였는데요. 예컨대 '베를린의 인구는 몇이냐' 등의 질문이었습니다.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해보면 쉽게 나오는 것이지만, 답하지 못하고 당황스러워하는 후보의 모습을 보면 시청자는 못미덥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 후보는 박 후보에게 역으로 베를린 인구가 몇인지 되물으면서 위기를 빠져나갔습니다.

③李·尹의 '도덕성 공세' 먹힐까

이번 TV 토론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를 향한 도덕성 공세가 얼마만큼 펼쳐질지도 관심사입니다. 이 후보 측은 대장동 의혹 등을 '네거티브'로 규정하고, 네거티브성 공세가 들어오면 차단·무시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정책 토론'에 집중해 이 후보가 '준비된 후보'라는 걸 강조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더구나 토론을 앞두고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공무원 및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후보는 난감한 처지입니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한 도덕성 공세를 이어온 민주당은 '영부인 후보 경쟁력'에서만큼은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는데요. 이 후보는 '배우자 악재'에 김건희 씨에 대한 공세마저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 후보는 다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가 가진 이미지는 '공정', '정의'입니다. 이 후보가 토론에서 정책 경쟁력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윤 후보가 도덕성 경쟁력을 앞세우는 것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상대로 도덕성 공세에 나설 경우 상대적으로 도덕성 공세에서 자유로운 안 후보와 심 후보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 후보 역시 안·심 후보의 도덕성 공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도덕성 공세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넘어갈지 관건입니다.

④安·沈 칼끝은 어디로 향할까

안 후보와 심 후보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그리고 두 후보의 공세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관전포인트입니다.

우선 안 후보는 같은 '야권'으로 분류되는 윤 후보에 대한 공세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모두 단일화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안 후보 입장에서는 야권 진영에서 정책과 도덕성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 후보는 그러나 과거 대선 토론에서 약점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향해 "내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는 말을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비교적 전달력이 좋은 윤 후보를 상대로 안 후보가 매력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심 후보는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를 향해 '난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지지율의 반전이 필요한 심 후보는 특유의 토론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특히 2030 남성 표심 경쟁을 하고 있는 이 후보와 윤 후보를 공격함으로써 2030 여성 표심을 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심 후보가 지난 18대 대선 당시 TV 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만을 노린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이 후보 역시 토론에 뛰어난 면모를 보였지만, 박 후보를 향한 지독한 공세가 '비호감'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후보의 토론 태도는 박 후보의 지지층을 오히려 결집하게 만들면서 당시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이날 TV 토론은 오후 8시부터 KBS·MBC·SBS 등 지상파 3곳에서 두 시간 동안 방송됩니다. 차기 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토론이 되길 기대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