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 첫 통화에서 '사도광산' 두고 설전

한·일 양국 외교장관이 개월만에 처음 통화했지만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등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통화하고 “일본 정부가 한국인 강제노역의 아픈 역사를 외면한 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깊은 실망과 함께 항의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이어 2015년 군함도(하시마) 등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강제노역의 피해 역사를 상세히 소개하기로 한 약속부터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4일 일본의 사도광산 등재 추진에 대응하기 위해 이상화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도 개최한다.

양국 외교장관의 통화는 지난해 11월 하야시 외무상이 취임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지난해 12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서 잠시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은 있지만 통화는 한 차례도 하지 않으며 경색된 한·일 관계를 드러내왔다. 하지만 양 장관은 이날 처음 이뤄진 통화에서 사도광산 등재 추진 문제 뿐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하야시 외무상은 전날 미·일 외교장관 통화가 끝난 뒤 “블링컨 장관과 한·일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양국 장관은 지난달 30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고 한반도 상황이 안정적 관리와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한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