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 에워싼 악어떼…눈으로 비경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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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만점 충주전파성 강한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는 시기에 여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음의 부담은 둘째 치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제대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충북 충주는 요즘 같은 시기에 최적의 여행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충주호를 끼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강변 풍경을 따라 비대면 드라이브 여행을 즐길 수도 있고, 최근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끄는 악어섬이나 강줄기를 따라 솟은 수주팔봉(水周八峰) 등 흔치 않은 경관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충주호 종댕이길, 하늘재길, 낙조가 아름다운 건지마을 등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여행지가 넘쳐나는 곳입니다.
'악어섬' 불리는 월악산 자락
SNS 핫플레이스로 인기
여덟 개 봉우리 수주팔봉
조선 철종, 꿈에서 보고 발걸음
드라마 '빈센조' 촬영지로 유명
강변 풍경 따라 비대면 드라이브
충주호 물길을 따라 한가로이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달천의 너른 물줄기가 ‘ㄷ’자로 산자락을 휘감고 돈다. 달천은 ‘달고 청정한’ 사연을 지녔다. 달천은 수달이 살아서 ‘달강(獺江)’, 물맛이 달아서 ‘감천(甘川)’이라고도 했다. 조선 성종 때 학자 허백당 성현은 《용재총화》에서 ‘우리나라 물맛은 충주 달천수가 으뜸’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살미면과 대소원면 사이, 물 맑은 달천에 솟은 수려한 봉우리가 수주팔봉이다.수주팔봉은 문주리 팔봉마을에서 달천 건너 동쪽 산을 바라볼 때 정상에서 강기슭까지 여덟 개의 봉우리가 떠오른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멀리서 보면 송곳바위, 중바위, 칼바위 등 창검처럼 세워진 날카로운 바위가 물 위에 솟은 모양새다. 봉우리는 수주팔봉이 유래한 수주마을과 팔봉마을을 병풍처럼 에워싼다. 수주팔봉의 8개 봉우리가 달천으로 치닫는 중간 부분은 안타깝게도 뚝 잘려 나갔다. 일제강점기 농지를 개간하기 위해 허리를 끊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끊어진 봉우리 사이로 폭포수가 흘러 수주팔봉의 대표 경관이 됐다.
수주팔봉, 철종과도 인연 깊어
수주팔봉은 조선 제25대 왕인 철종과 인연이 깊다. 철종이 하루는 낮잠을 즐기다 꿈을 꾸었다. 강가에 앉아 발을 물에 담그고 있는데 수려한 산봉우리 여덟 개가 물속에 비치고 기암절벽 밑에는 수달이 왔다갔다하는 꿈이었다. 꿈에서 깬 철종은 영의정에게 그와 같은 장소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명했고, 이조판서는 수주팔봉이라는 곳이 있다고 보고했다. 곧바로 충주목사를 시켜 그린 수주팔봉의 그림을 본 철종은 그곳으로 향했다.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팔봉으로 들어가는 순간 신비로운 경치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꿈에 본 곳과 똑같은 위치를 찾아 발을 담그고 한참 동안 사색에 잠겼다고 한다.수주팔봉 칼바위 사이에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출렁다리를 지나 두룽산 쪽으로 15분 정도 오르면 달천과 팔봉마을이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대가 나온다. 곡류천인 달천은 팔봉마을을 에둘러 흐른다. 물길이 휘어지면서 빚어낸 아담한 백사장도 여행길에 쉬어 가기 안성맞춤일 듯했다. 그래서일까. 이곳은 ‘차박’ 명소로 유명해졌고,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 많은 이가 이곳에서 차박을 즐겼다고 한다. 수주팔봉은 송중기가 주연한 드라마 ‘빈센조’의 촬영지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악어가 기어 들어가는 모습의 악어섬
수주팔봉이 충주의 대표적인 명소라면 악어봉은 최근 많은 사람이 찾기 시작한 명승지다. 악어봉에서 내려다보면 충주호와 연결된 월악산 자락이 마치 여러 마리의 악어처럼 보인다고 해서 월악산 자락은 ‘악어섬’이라고 불린다. 이를 관망할 수 있는 장소에는 ‘악어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독특한 풍광만큼 주변의 모든 것도 악어 콘셉트다. 악어봉으로 오르는 출입구 건너편에 있는 카페 이름은 ‘게으른 악어’다. 카페 옆에 악어봉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만들었지만 전경이 보이지는 않는다. 악어 떼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절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악어봉에 올라야 한다. 카페 건너편의 샛길을 따라 40~50분가량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악어봉은 해발 448m 정도의 그다지 높지 않은 봉우리다. 악어봉에 오르면 서서히 악어 모습이 보인다. 여러 마리의 악어가 늪지를 헤치고 강으로 향하는 것 같은 이국적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고된 등반의 노고가 씻기는 것 같다.충주=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