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승일 농아인협회장 "수어도 한국어…더 많은 수화통역사 양성·수화 연구 절실"

'수어의 날' 변승일 농아인협회장
“요즘 ‘오미크론’ 전파가 큰 위협이 되고 있죠. 이젠 흔히 쓰는 단어지만 수어(手語)로 이를 표현하려면 자모 하나하나를 손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한국어 수어 단어가 7000개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죠. 수어도 엄연한 한국어인 만큼 더 많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변승일 한국농아인협회장(사진)은 3일 ‘수어의 날’ 기념식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수어의 날은 수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된 법정기념일이다. 수어는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으로 국어와 동등한 지위가 부여됐다. 농아인협회 창립멤버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수화법·수어의 날 제정을 이끈 인물이 바로 변 회장이다.변 회장은 “코로나19로 수어 통역 방송이 활발해져 일반 대중도 수어를 자주 접하게 됐다”며 “하지만 아직 수어가 또 하나의 한국어라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이를 꼭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가 일상화된 ‘코로나 시대’는 농아인들에게도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 통상적으로 수어는 ‘손을 이용하는 대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입모양과 표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단어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수어 통역 방송에서 통역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화이자’ ‘팍스로비드’ ‘오미크론’ 등 방역 생활과 밀접한 외래어 단어들이 새로 소개되는 것도 농아인들에겐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변 회장은 “한국어 단어에 비해 수어 단어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어 역시 일상 속의 한국어라는 인식을 갖고 수화통역사 양성, 수화 연구 활성화에 우리 사회가 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