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5년만에 최대폭 상승…금리인상 고민 커진 ECB

에너지 가격 28% 급등 영향
소비자물가지수 5.1% 올라
독일 등 부양책 유지에 불만
지난달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의 물가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올랐다. 연간 상승률은 5.1%로 1997년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금리 인상 압력이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올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기 대비 5.1% 상승했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997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다. 시장 전망치(4.4%)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11월(4.9%)과 12월(5%)에 이어 석 달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에너지 가격이 28.6% 급등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 전달과 비교해도 유럽의 에너지 물가는 6% 뛰었다. 전체 물가는 0.3% 상승했다. 한 달 만에 가장 가파른 물가 상승을 보인 나라는 슬로바키아(3.6%)다. 리투아니아(1.8%) 벨기에(0.9%) 독일(0.9%) 등도 지난해 12월에 비해 물가가 급격히 올랐다.

물가 지표를 받아든 ECB의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일부 국가에서 경기 부양책을 유지하는 ECB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훌쩍 넘어서면서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은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독일 신용평가사인 슈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소비자 4명 중 1명이 물가 상승 탓에 올해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답했다.미국과 영국은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면서 코로나19 이후 시작한 경기 부양책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ECB는 아직 제로 수준인 정책 금리의 인상 시간표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ECB의 현 기준금리는 -0.5%다.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전망은 갈렸다. 블룸버그통신은 “ECB가 7월까지 기준금리를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시장에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부회장은 ECB가 좀 더 느긋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매파로 돌아선 미국과 달리 유럽은 상황이 다르다”며 “ECB가 내년 초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한 뒤 세 차례 금리를 올리면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