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안경가게 사장님이 말하는 '경영학 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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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0
안경혁명안경은 현대인에게 ‘제2의 얼굴’로 불린다. 의료기기였던 안경은 시력 교정을 넘어 이제 패션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들은 ‘나만의 안경’을 맞추는 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안경테 재료를 따지고 얼굴형에 어울리는 모양을 찾는다.
손재환 지음
라온북
257쪽│1만5000원
30여 년 동안 안경업계에서 혁신을 거듭해온 손재환 지앤디 대표는 이런 변화를 포착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확장했다. 그는 《안경혁명》에서 23㎡ 규모의 작은 안경원을 대규모 안경 브랜드로 일군 성공담을 풀어낸다. 손 대표는 1993년 경북 군위에서 첫 매장을 낸 뒤 지금까지 가맹점을 90여 개로 늘렸다. 전국에 50여 개 점포가 있는 ‘아이데코’와 대구·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안경원 ‘무극안경’ 등이 그가 선보인 브랜드다.저자는 발 빠르게 안경원을 전문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대당 1억2500만원에 달하는 검안기기를 대구 안경원 중에서 처음 도입한 것. 당시 소비자들은 한쪽 눈을 가리고 숫자나 그림을 보며 시력을 측정했다. 저자는 “점포 하나를 개업하는 데 약 6000만원이 드는 시대에 1억원짜리 기계를 들인다고 하니 주변에서 ‘미쳤다’고 비난했다”며 “하지만 전문화에 주력하자 입소문이 퍼졌고 벤치마킹하는 안경점이 늘어났다”고 했다.
전문화에 성공한 뒤에도 혁신을 지속했다. 2002년 독일식 검안기를 갖춘 경쟁업체들이 등장하자 매장 크기를 키웠다. 대구에 100평 규모의 안경원을 선보인 것. 소비자들이 여유롭게 다양한 종류의 안경을 고르는 매장이 등장했다. 대형화 경쟁이 붙자 4년 뒤 그는 도심 외곽에 공장형 안경원을 내고 저가(低價) 전략을 펼쳐 고객을 끌어모았다.
대형화와 저가 전략을 성공시킨 저자는 고급화 점포를 내기 시작했다. 2015년 경기 의왕에 직영점을 낼 때 은행처럼 번호표를 소비자에게 발급했다. 소비자 한 명에게 쏟을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마치 ‘안경 주치의’처럼 얼굴에 꼭 맞게 안경테를 조절하는 ‘피팅’에 주력했다. 입소문을 타자 광고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고객들로 매장이 북적였다.저자는 “미용실에서 고급화 전략을 발견하는 등 다른 업종의 발전을 연구하고 안경업계에 적용했다”며 “차별화하려면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끝없이 변화를 꾀해야 한다. 세상에는 고수들이 즐비하다”고 강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