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민 나눌 사람 하나 없을 때

사는 방법에 관한 책
언제쯤 인생에 통달할 수 있을까. 처음 사는 인생인 것은 어리든 나이 든 사람이든 똑같다. 그럴 땐 사는 방법에 관한 책을 읽어보자. 고민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

《오십부터는 이기적으로 살아도 좋다》(오츠카 히사시 지음, 한스미디어)는 저자가 수십 년간 1만 명의 이야기를 듣고 ‘후회하지 않고 50대를 사는 법’을 정리한 책이다. 후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그러모아 ‘이것만은 꼭 해두자는 것’을 추려 담았다. ‘이직을 생각한다면 한발 먼저 움직여라’ ‘명함이 없더라도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사람과 인간관계를 구축한다’ 등 여러 조언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는 ‘50대는 좀 더 이기적으로 살아라’라는 것이다. 50대가 되면 회사와 친구, 심지어 가족까지도 대부분 그 의미가 줄어든다. 이럴 때 좌절만 해선 남은 인생의 해답을 찾기 힘들어진다. 책은 지금까지와 달리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제부터는 대담해져도 좋고, 눈치 보지 말고 실컷 제멋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낀대 패싱》(윤석만 천하람 지음, 가디언)은 윗세대에 치이고 아랫세대에 밀리는 ‘낀 세대(낀대)’를 다룬다. 한국에서 이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30·40세대다. 저자들은 이 세대는 고속 성장의 수혜는 586세대에 빼앗기고 사회 트렌드는 1990년대생에 밀려 정치·사회적 아웃사이더가 돼버렸다고 진단한다.

낀대는 개인주의적 성향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동시에 지닌 세대다. 인터넷 없는 유년기, 스마트폰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낸 마지막 세대다. 이를 통해 5060과 20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이 될 잠재력이 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고달픈 세대이기도 하다. 사회성이 부족한 신입사원과 전형적인 꼰대 사장 사이에서 고생하는 과장으로 비유되는 낀 세대는 언제까지 ‘패싱’ 당하고만 있을까.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오카다 다카시 지음, 동양북스)는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계속 늘어나고 있는 ‘회피형 인간’이 어떻게 하면 더 편안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회피형 인간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내성적이고 소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린 시절 형성된 회피성 애착 성향 때문에 그런 성격으로 굳은 것이라고 말한다. 방치되거나 혹은 너무 억압적인 환경에 노출되면서 공감을 바탕으로 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은 노력에 따라 회피형 인간이란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노는 아이였던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은 자신의 인생에서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하면서 삶이 달라졌다.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펼치는 사회 참여적인 인간으로 바뀌었다.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천준아 지음, 송송책방)는 늦깎이 엄마로, 워킹맘으로 아이를 키우며 순간순간 마주쳤던 불안을 달래준 영화 속 명대사들을 주제로 쓴 25편의 에세이를 담은 책이다.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건 폭풍우를 뚫고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배운다. ‘폭풍이 지나간 후’의 주인공인 루저 아빠가 아들의 신통치 않은 야구 실력을 보며 내뱉은 대사 ‘싱고는 포볼을 고른 건데’에서는 아이를 기다려주는 배려를 발견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