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90% 가까이 책임진 수출…올핸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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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수출의 성장기여도 분석수출은 경제 위기 때마다 돌파구 역할을 했다. 수출이 살아나면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면서 내수도 뜀박질했다. 수출은 코로나19가 할퀸 경제의 상흔도 지웠다. 지난해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90%에 육박하며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하지만 올해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도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기여율 87.5%…9년來 최고
투자·고용·내수 촉진…성장 견인
오미크론 확산에 美·中 경제 후퇴
회복 가로막을 암초 될 수도
에너지값 급등·우크라 정정 불안
수출증가율 두달새 32%→15%로
지난해 수출이 위기 버팀목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재화·서비스)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87.5%를 기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4.0% 중 재화 수출 몫이 3.1%, 서비스 수출이 0.4%였다.2020년(77.8%)보다 상승했으며 2012년(129.2%) 후 가장 높았다. 수출의 성장 기여율은 2018년 55.2%에서 2019년 4.5%로 급락했다. 수출은 2019년 10.4% 감소했고 2020년엔 5.5% 줄었다. 202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0.9%였으며 이 가운데 수출 몫은 -0.8%였다.
하지만 수출은 지난해 25.8% 늘어난 6445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성장률 중 90%가량을 책임졌다. 작년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민간소비(42.5%)와 설비투자(17.5%)도 크게 웃돌았다.경제 성장에 각 항목이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는 데는 몇 가지 방식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론 민간과 정부, 순수출과 내수로 나눠 보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순수출은 수출에서 수입을 빼 산출한다. 지난해엔 수입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순수출의 성장 기여율은 수출의 성장 기여율보다 한참 낮은 20%를 기록했다. 내수 기여율은 80%였다. 코로나19 위기감이 고조됐던 2020년엔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순수출 기여율은 -56%를 나타냈다. 이는 경제가 0.9% 뒷걸음질치는 동안 순수출은 마이너스 폭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얘기다.
올해는 성장세 갉아먹을까
하지만 올해는 수출이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출상황 판단지표별 최근 동향 및 평가’ 보고서 등을 통해 이르면 올 3월을 기점으로 수출 증가율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수출 증가율은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31.9%에서 12월 18.3%, 지난달 15.2%로 쪼그라들었다.한은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한국 수출을 억누를 위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액에서 25%를 차지한 중국은 올해 부진한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4.8%로 종전(5.6%)보다 0.8%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중국에 이어 2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5.2%에서 4.0%로 대폭 낮춰 잡았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국제 무역을 위축시킬 요인으로 꼽힌다.수출은 물론 무역수지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48억9000만달러 적자를 내며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적자폭을 나타냈다. 수출보다 수입액이 큰 폭으로 불어난 결과다. 지난달 원유(두바이유 기준) 가격이 배럴당 54.8달러에서 83.2달러로 51.8% 올랐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는 337.8%, 석탄은 153.8%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로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수입 가격의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