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5일 만에 오미크론 꺾여…"방역 안푼 韓, 3~4주 뒤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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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느리고 긴 유행' 예고델타보다 전파력이 두세 배 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11월 말이다. 국내에서 첫 환자가 나온 것은 작년 12월 1일이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한 달여 만에 정점을 찍고 소강 국면에 들어선 데 비해 한국은 이제 2만 명을 돌파하며 확산세에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려면 3~4주 이상 남았다”고 입을 모은다. ‘느리고 긴 유행’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높은 백신 접종률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대유행 끝나가는 선진국
美, 정점 찍고 보름여 만에
133만→30만명으로 급감
"韓, 6~7월께 대유행 끝날 듯"
4주? 8주? 정점 전망 제각각
치명률 낮지만 안심하긴 일러
소강 상태 접어든 美·英
3일 질병관리청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첫 오미크론 감염자가 확인된 것은 지난해 12월 1일이다.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의 오미크론 대유행은 ‘현재진행형’이다. 1월 셋째주(16~22일) 국내에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등극한 뒤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2만2907명으로 한 달 전에 비해 일곱 배 이상 늘어났다. 방역당국은 설 연휴의 영향으로 당분간 확산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해외는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찍은 뒤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오미크론이 유입되고 45일 만에 확진자가 정점을 찍었다. 유입 초기 1주일 평균 하루 신규 확진자는 8만6876명이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12월 25일엔 20만8404명까지 증가했다. 1주일 평균 하루 신규 확진자가 정점에 다다른 것은 지난달 15일 80만5904명이다. 불과 45일 만에 확진자가 10배로 급증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이 숫자가 30만여 명으로 내려왔다.
오미크론 유행이 빨랐던 영국도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1월 27일 영국에서 첫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온 뒤 35일 만인 올해 1월 1일 1주일 평균 하루 신규 환자가 정점을 찍었다. 이 기간 1주일 평균 하루 신규 확진자는 4만4871명에서 21만2565명으로 4.7배로 늘었다. 그러다 지난 2일 8만여 명으로 감소했다.
강력한 거리두기가 확산 늦춰
국내 확산세가 언제 정점을 찍을지는 미지수다. 워낙 변수가 많은 탓에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정점까지 4~8주 정도 걸릴 수 있다”며 “정점 땐 하루에 10만 명 넘는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지막으로 조사된 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 수) 1.54를 적용하고 현재 방역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 3~4주 안에 10만 명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워싱턴대 연구팀은 국내 확진자가 이달 19일께 7만5364명으로 정점을 찍고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점을 찍고 난 뒤에도 오미크론 유행 전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엄 교수는 “올 6~7월이 돼야 오미크론 유행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백신 접종률과 거리두기가 유행 양상을 갈랐다는 분석이다. 백신 접종률(2차 기준)은 영국 72.1%, 미국 64.1%, 한국 85.7%로 한국이 가장 높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국은 외국에 비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백신 접종률도 높다”며 “사적모임 제한 등 강력한 거리두기도 해외보다 유행 속도가 느린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사망자 수다. 미국의 주간 평균 사망자 수는 지난해 12월 1일 100만 명당 2.97명에서 이달 1일 7.6명으로 증가했다. 영국도 같은 기간 1.79명에서 5.28명으로 늘었다. 오미크론 유행이 짧게 끝났지만, 희생이 컸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국내 사망자는 100만 명당 0.47명에 그친다. 정기석 교수는 “외국에 비해 아직 치명률, 중증화율이 낮지만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으면 고령층 감염이 늘어나면서 함께 증가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선아/이지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