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들고도 유한기 부재에 막힌 수사…이재명 조사 없이 종결

황무성 사퇴 종용 '윗선 메신저' 역할 의혹 유한기, 영장심사 전 극단적 선택
정진상 조사했지만 유의미한 진술 못 얻어…'대장동 배임' 수사는 계속
검찰이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 강요 의혹으로 고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핵심 사건 관계인의 사망 이후 수사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검찰은 결국 이 후보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지 못한 채 사건을 마무리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발된 이 후보와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숨진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녹취록, 사직서, 관련 공문 등을 종합한 결과 황 전 사장의 사직을 강요(협박)했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황 전 사장은 2013년 9월 공사의 전신인 성남시설관리공단 사장으로 부임한 뒤 1년 6개월만인 2015년 3월 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대장동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언론을 통해 유한기 전 본부장과의 대화가 담긴 2015년 2월 6일 자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이 '시장님'과 '정 실장' 등 윗선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내용이 담겼다.

시민단체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황 전 사장을 여러 차례 불러 사퇴 당시 유 전 본부장과 나눈 대화의 맥락과 공사 안팎의 상황 등을 조사했다.

황 전 사장은 자신의 사퇴 배경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장 시절 자신이 본 공모지침서와 수사기관에서 확인한 공모지침서의 내용이 달랐다며 특정 세력이 공모지침서를 위조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초 검찰은 윗선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유 전 본부장을 시작으로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전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 전 본부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수사는 제동이 걸렸다.

좀처럼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던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약 한 달 앞둔 지난달 13일 정 부실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정 부실장은 검찰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검찰은 결국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됐던 이 후보에 대한 조사 없이 사건을 매듭지었다.

검찰 관계자는 "관계인 진술 등에 비춰 (이 후보의) 지시, 공모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와 정 부실장에 대한 수사가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이들은 대장동 수사의 본류에 해당하는 배임 혐의와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정 부실장은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정책실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2016년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 변경 및 실시계획 인가 보고서를 비롯한 각종 대장동 사업 문서의 결재 라인에 포함됐다.

이 후보 또한 대장동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로, 내부 관련 공문에 최소 10차례 서명해 배임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은 지난해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본부장 등을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이들의 공소장에는 이 후보나 성남시 등 윗선의 역할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대장동 사업 전반에 걸쳐 배임 행위가 이뤄졌다고 판단한 만큼,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이자 인·허가권자였던 이 후보를 상대로 어떤 형태로든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대선이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후보를 소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검찰이 선거 전 이 후보를 조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