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제거된 IS 수괴 알쿠라이시…한때 미국 정보원 역할도

전임자 '알바그다디' 사망 후 나흘 만에 후계자로 지명
이라크 출신 이슬람학자…야지디족 대량학살 논리 세워
점조직 형태로 세력 회복해온 IS 새 지도자 추대할지는 불확실
미군 특수부대가 사살한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이브라힘 알하셰미 알쿠라이시는 역시 미군에 의해 제거된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후계자다. 그는 2019년 10월 27일 IS의 전 수괴이자 '칼리파'(초기 이슬람 시대의 신정일치 지도자)를 자처한 알바그다디가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으로 사살된 지 나흘 만에 그의 후계자로 지명됐다.

알바그다디의 후계자로 지명되기 전까지 알쿠라이시의 신상과 IS 내 역할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IS가 공표한 알쿠라이시라는 이름도 직위에 따른 가명으로 서방 정보기관의 추적 결과 그의 이름은 아미르 무함마드 압둘 라흐만 알마울리 알살비로 파악됐다.
그는 이라크 북부 탈아파르 출신으로 IS 지도부에서는 드물게 비(非)아랍계 투르크멘 가정 출신이다.

그는 이라크 모술대학에서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으로 학위를 땄으며, 이라크 소수 종족인 야지디족의 대량학살과 착취를 정당화한 논리를 세웠다.

알쿠라이시는 2004년 이라크 남부에 있는 미군 기지 부카 캠프의 수용소에 구금됐을 때 알바그다디를 만났으며, 그와 함께 IS 설립을 주도했다. 그는 알바그다디와 마찬가지로 거친 전투 경험을 갖추고 IS에 절대 헌신적인 극단주의자로 평가됐다.

미국 국무부는 알바그다디가 생존해 있던 2019년 8월 알쿠라이시에게 500만 달러(약 60억 원)의 현상금을 걸었고, 이후 1천만 달러(약 120억 원)까지 증액됐다.
그는 한때 미국 대테러 당국의 정보원으로도 활동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4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알쿠라이시는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이라크 내에 있는 테러 용의자 감금 시설에서 조사받은 적이 있었다.

보고서에는 알쿠라이시가 미군의 대테러 작전에 매우 유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정보당국은 알쿠라이시에 대해 "신문 때마다 더 협조적이고, 조직원 정보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요 수배자의 몽타주 작성을 도왔고 이들 조직원이 애용하는 식당과 카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조직 내 거물들의 신상을 사실 그대로 털어놨으며 이들을 수색할 방법을 지도를 그리듯 상세하게 귀띔하기도 했다.

그의 상세한 밀고를 바탕으로 미군은 당시 알카에다의 이인자이던 모로코 출신 스웨덴 국적자 아부 카스와라를 이라크 모술에서 제거할 수 있었다.

그가 미국의 정보원이었다는 사실은 IS의 수괴가 되기 전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그가 알바그다디의 후계자가 되자 일부 IS 지지 세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자격자라는 비판을 쏟아낸 적이 있다.
알바그다디에 이어 알쿠라이시까지 두 번째로 수괴를 잃은 IS의 후계와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IS 핵심부에 대한 정보는 지도자의 본명조차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IS의 새 수괴가 지명될지, 점조직 형태로 명맥을 이어갈지 예측이 쉽지 않다.

알바그다디가 제거됐을 때는 IS의 홍보매체인 알아마크가 나흘 만에 알쿠라이시의 승계를 발표했으나 이번에도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IS는 2019년 3월 최후의 저항지였던 시리아 바구즈 함락 이후 점조직 형태로 세력을 회복해왔고, 최근에는 단순한 테러가 아닌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달 말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자치정부가 관리하는 IS 포로수용소 습격이 그 예다.

IS는 수백 명 규모의 인원을 동원해 약 3천 명의 포로가 수용된 '그화이란' 수용소를 습격했으며, 관리 인원 120여 명을 사살하고 상당수의 포로를 탈출시켰다.

이는 과거 IS의 근거지였던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가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 위협임을 방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IS가 복잡한 지도부 내 알력과 하부 조직 간 세력 다툼을 극복하고 새 수괴를 내세울 수 있을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지만, 알바그다디나 알쿠라이시 같은 구심점이 생긴다면 과거와 같은 대형 테러 조직으로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