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점대로도 청약 당첨 가능"…만점 통장 '쏙' 들어갔다

경쟁률 급락에 50점대도 당첨
미아동 아파트, 평균 당첨 가점 62점
"결국 가격…분상제 단지에 몰릴 것"
사진=연합뉴스
'로또판'으로 통하던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청약 만점(84점) 통장을 비롯해 수만명이 몰려들었던 지난해 분위기와는 온도차가 난다. 올해 첫 서울 분양으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강북구 미아동 아파트 청약 경쟁률과 당첨자 기준선은 작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졌다. 청약 점수 50점대로 당첨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청약시장도 식고 있다고 분석한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도 청약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문 열기가 무섭게 완판되는 분위기가 지속했지만 올해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청약 시장 내에서도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의 차이가 심하다"고 했다.

미아동 아파트 '4인 가족' 충분히 당첨 가능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GS건설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짓는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의 당첨자가 발표됐다. 청약 당첨가점은 최고 76점, 최저 54점으로 집계됐다. 전체 평균 당첨 가점은 62.67점을 기록,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인 69점에 못 미쳤다. 4인 가족이 수월하게 당첨될 수 있었단 얘기다.

전용면적별 평균 가점을 살펴보면 △59㎡D 67.5점 △59㎡B 65점 △51㎡A 64.5점 △59㎡C 64점 △51㎡B 62.33점 △ 84㎡A 61.42점 △84㎡C 61.04점 △84㎡B 60.92점 △42㎡B 60.4점 △ 112㎡ 59.94점 △38㎡B 55.5점 등이었다. 일부 면적대에서는 청약 점수가 50점대여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최저 당첨가점인 54점(전용 38㎡B)이었다. 무주택기간이 13년 이상에서 14년 미만(28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14년 이상~15년 미만에 아이 없이 배우자만 있으면(10점) 가능한 점수다.

물론 경쟁이 치열한 주택형도 있었다. 전용 59㎡A의 최고 당첨가점은 76점을 기록했다. 이 면적대의 평균 당첨가점은 69.56점으로 4인 가족은 당첨이 어려웠다는 계산이 나온다. 9가구를 모집하는데 해당지역에서 2174명이 도전해, 경쟁률이 241.56대 1을 기록했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분양홍보관에서 시민들이 분양정보를 얻고 있다. 사진=뉴스1
이러한 커트라인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경쟁률 부터도 지난해와 다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1순위 청약 결과 295가구 모집에 1만157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34.43대 1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12월 분양했던 성북구 안암동 '해링턴플레이스 안암'(192.50대 1) △강동구 강일동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337.90 대 1)에 비해 급락한 수준이었다.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의 청약 당첨 가점은 최고 81점, 최저 66점이었다. 전체 평균 당첨 가점은 69.89점을 기록,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을 최대 점수를 넘어섰다. 26개 면적대 가운데 평균 당첨 가점이 69점을 넘지 못한 곳은 단 두 곳으로 전용 84㎡R과 전용 84㎡S(68.16점과 68.83점)였다.

결국 가격이 핵심

시장의 위축 외에도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의 부진은 '분양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다 보니 전용 84㎡는 9억2700만원(최저가)에서 10억3100만원(최고가), 전용 59㎡는 7억3900만원(최저가)에서 7억6500만원(최고가)으로 분양가가 형성됐다.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결국 가격이 분양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며 "서울에 공급되는 단지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다 보니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고, 이는 실수요자들의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가 나오면 실수요자들이 결국 몰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분양업계 관계자는 "향후 서울에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가 나오면 다시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면 실수요자들이 청약 통장을 많이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뉴스1
한편 청약제도를 두고 대선 후보들 간의 설전도 오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전날 ‘방송 3사 합동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에서 ‘2030 청년들을 위해 군필자에게 주택 청약 가점 5점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한 것으로 아는데, 청약 점수 만점은 몇점인지 알고 있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질문에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최고 점수는 84점"이라고 했고, 윤 호보는 그제서야 "아차, 84점"이라고 답했다.주택청약통장은 국민주택, 민영주택 등 주택 청약할 때 필요한 금융상품이다.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청약통장 가입기간, 부양가족 수, 무주택 기간에 따른 가점을 받아야 유리하다.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을 합쳐 84점이 만점이다. 무주택자들에게 주택청약통장은 내 집 마련을 위한 필수품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