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현산 vs 역전 노리는 롯데…관양현대 수주전 승자는?

관양현대 재건축 시공사 선정 D-1

재기의 발판 시급한 HDC현산
롯데건설, 브랜드 이미지 좌우
경쟁 과열에 일부 조합원들 보이콧 '만지작'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앞둔 관양 현대아파트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이 경기도 안양시에서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를 두고 맞대결을 벌인다. 양측 모두 이 사업을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에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오는 5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HDC현산과 롯데건설이 입찰에 참여한 이 사업은 관양동 일대 6만2557㎡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2층, 총 1305가구 규모 공동주택 등을 조성하는 공사로, 추정 공사비는 4200억원 규모다.당초 업계는 이 재건축 사업을 HDC현산이 가져갈 것으로 점쳤다. 조합원 사이에서 HDC현산에 대한 지지가 높았기 때문이다. 한 조합원은 "1985년에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아파트이고 아이파크 브랜드의 인지도도 높아 사고 전까지는 조합원 사이에서 HDC현산에 대한 선호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지난달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급변했다. HDC현산에 반감을 드러내는 조합원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유병규 HDC현산 대표이사는 지난달 재건축조합에 자필 사과문을 보냈고, 아파트 단지에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다’ 문구의 현수막도 붙였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양 현대아파트에 제안한 '아이파크 더 크레스트' 조감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파격적인 공약도 이어졌다. HDC현산은 △SPC 2조원, 사업추진비 세대당 7000만원 지급 △월드클래스 설계 △안양 시세 3.3㎡당 4800만원 기준 일반분양가 100% 반영 △대물변제 통한 조합원 이익 보장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확대와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 △매월 공사 진행현황 및 외부 전문가 통한 안전진단 결과 보고 △외부 전문 안전감독관 업체 운영 비용 부담 등의 약속을 내걸었다.HDC현산이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광주 사고 이후 첫 수주전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전에서 패배할 경우 정비사업 조합들에서 높아지는 '보이콧'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 정비사업의 수주전 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사업도 수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현산측의 입장이다. 반대로 수주에 성공하면 다른 조합들에 대한 설득이 보다 수월해지게 된다. 관양 현대아파트가 HDC현산 재기의 발판이 되는 셈이다.

이에 질세라 롯데건설도 추가 공약을 내놨다.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 캐슬' 적용과 용적률 270~300% 시나리오별 대안 설계, 9대 공약을 통해 수주 의지를 적극 드러내고 있다. 당초에는 '질 수 있는 싸움'이었지만, 광주 사고로 이미지가 훼손된 HDC현산과의 맞대결에는 '질 수 없는 싸움'이 돼 버렸다. 롯데건설은 이번 수주전에서 패할 경우 '롯데캐슬'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건설이 관양 현대아파트에 제안한 `시그니처 캐슬`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의 9대 공약은 △사업추진비 책임조달 △무상입주 및 환급 확정 △골든타임 분양제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없음 △분담금 입주 2년 후 납부 △환급금 조합원 분양 계약시 100%선지급 △마이너스 옵션(가구당 4000만원) △사업비 전액 무이자 대여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비용 지급(가구당 1000만원) 등이다.고조된 경쟁 분위기에 조합원들도 HDC현산 지지자와 롯데건설 지지자로 양분되며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이 상황을 앞장서 수습해야 하는 조합장은 현재 공석이다.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12월 집행부 해임 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해임했다. 당시 해임을 주도한 조합원들은 전(前) 조합장 등이 롯데건설과 유착관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임된 임원들은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며 총회효력정지가처분, 총회무효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높아진 갈등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조합원도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수주전이 무효처리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사이의 경쟁이 조합 내 이전투구로 번지면서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 자체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양사에 있어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