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만큼 내렸다"…네이버·카카오에 '2조' 베팅한 개미들

네이버·카카오 연일 신저가 기록
한 달새 13.4%·22.5% 내려

증권가 목표가 일제히 하향, 거품론 주장도 나와
개인들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
한 달간 총 2조 넘게 '줍줍'
사진=한경DB
국내 대표 기술주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로 조정을 받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자회사 경영진들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먹튀 논란까지 휘말리며 하락폭이 크다.

대내외 변수로 기술주들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베팅에 나서고 있다. 저가 매수 기회라는 판단에 따라 네이버와 카카오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달간 개인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주식을 총 2조2500억원가량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달 28일 장중 각각 29만7000원과 8만22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들 종목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각각 13.4%, 22.5% 급락했다. 현재 네이버는 32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카카오는 8만7100원을 가리키고 있다.

공격적 통화정책에 기술주 '출렁'…목표가 일제히 하향

최근 미 Fed 인사들이 잇따라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조기 금리인상 등 공격적 통화정책을 예고하자 기술주들이 출렁이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을 위축시킨다.

카카오의 경우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 카카오 차기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로 꼽혔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44만주 약 900억원 어치를 상장 40여일 만에 현금화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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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서도 이들 종목들에 대한 목표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올 들어 네이버는 41만원까지 목표가를 낮췄으며, 카카오 목표주가는 13만원까지 추락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투자의견은 매수(Buy)를 유지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플랫폼 랠리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실적 흐름도 밸류에이션에 비해서는 차분한 상황"이라며 "플랫폼 비즈니스 관련 에너지 축적 및 새로운 모멘텀 확보까지는 긴 호흡의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최관순 SK증권은 연구원은 카카오 목표주가로 13만원을 제시한 것에 대해 "주요 자회사 주가 하락에 따른 지분가치 하락과 비용 증가에 따라 수익 추정치를 소폭 하향했기 때문"이라면서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낮아진 기대치를 밑돌 전망인데 이는 인센티브 지급에 따른 인건비 증가, 마케팅 확대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기술주 지금 담아야할 때?…개인들만 '줍줍'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이들 종목의 하락폭이 과도하다고 판단,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개인들은 지난달 3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한달간 네이버 주식을 1조102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564억원, 2875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투자자별 수급을 살펴보면, 개인들이 1조2435억원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798억원, 9850억원 팔아치웠다. 사실상 개인이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가 이들 종목을 수조원 가까이 담을 때 주가 역시 조정을 거치며 상당수 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지난달 가장 타격을 입은 기술주에 대한 저가 매수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목을 받았던 기술주들의 거품이 빠지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사람들이 좀 더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기술주들의 주가가 원위치를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